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미국으로 간 우리 고가구의 美..190여점 첫 전수조사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이층농. 경공장이 만든 왕실 가구. 1700년대 추정

이층농. 경공장이 만든 왕실 가구. 1700년대 추정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300여년 전 만들어진 이층농은 빛이 바랬지만 장엄미만큼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왕실가구답게 화려한 주칠과 흑칠로 장식한 부분이며, 곡선으로 다듬어 전보(錢寶)문양을 투각한 귀퉁이 장식까지 세밀하게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다. 먹감나무의 결을 그대로 살려 먹물이 나무 위를 흐르는 것 같은 나주반닫이, 무쇠장식을 앞판 전체에 붙여 북한 박천지방 목재의 거친 질감을 감춘 박천반닫이 등 조선후기 전국에서 널리 사용된 수납 목가구 '반닫이'도 여럿 눈에 띈다.

해외에 있는 한국 고가구 컬렉션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미국 미네소타대학 와이즈만 미술관(Weiseman Art Museum)의 소장품들이다. 문화재 환수 및 활용과 관련한 전담기구인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지난 6월 24일부터 28일까지 이 미술관의 한국 고가구 190여점을 전수조사했다. 와이즈만 미술관 소장 한국 가구 소장품을 모두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한국전통목가구 전문가인 김삼대자 전 문화재위원이 함께 조사에 참여해 가구별 연대와 지역, 양식 등을 정리했다.
 
나주반닫이. 부유층 제작주문 추정

나주반닫이. 부유층 제작주문 추정

원본보기 아이콘

이곳에 있는 우리 고가구는 장농, 반닫이를 비롯, 궤짝, 각계수리(서랍이 많이 달린 작은 궤), 지함(종이를 여러겹 붙여 두툼하게 만든 상자), 소반 등 다양하다. 이 중 조선시대 각 지역마다 특징적으로 쓰였던 반닫이는 옷부터 책, 그릇, 건어물 등 다양한 물품을 담았던 것이다. 와이즈만 미술관은 북한 가구도 8점 소장하고 있는데, 박천반닫이와 함께 19세기 백동장식 평양반닫이가 대표적이다. 1700년대 경공장(京工匠, 조선시대 서울의 궁이나 관아에 소속된 장인)이 만든 왕실 가구도 있다.
 
박천반닫이. 나무의 거친 질감을 숨기기 위해 앞면 전체에 장식을 붙이고 색을 입힘.

박천반닫이. 나무의 거친 질감을 숨기기 위해 앞면 전체에 장식을 붙이고 색을 입힘.

원본보기 아이콘

와이즈만 미술관이 해외 단일 컬렉션으로는 한국 고가구를 가장 많이 소장하게 된 데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이곳 한국 고가구 소장품들은 1967년부터 1978년까지 11년간 서울에 거주했던 에드워드 레이놀즈 라이트(Edward Reynolds Wright Jr. 1931~1988년) 전 풀브라이트 재단 교육위원장이 수집한 것이다. 당시 라이트는 한국전쟁 때 가난과 피난으로 한국인들이 많이 내놓은 고가구들을 여럿 수집했으며, 이후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일본에 거주하는 동안에도 가구를 수집하기 위해 자주 한국을 방문했다.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외국인들 사이에 우리 고가구 수집 붐이 일었던 적이 있는데 라이트는 점차 낮은 급의 가구를 처분해 높은 수준의 가구를 구입하는 방식으로 컬렉션을 발전시켜 나갔다. 그는 자신의 수집품을 중심으로 '한국의 가구:우아함과 전통'(Korean Furniture: Elegance and Tradition)이라는 책을 저술해 1984년에 발간하기도 했다. 8년에 걸쳐 집필한 이 저서에서 라이트는 "가구를 만드는 데 있어 오래된 전통을 가지고 있는 국가 또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며 "단순하지만 우아하고 오랜 역사가 지나도 형태가 변하지 않는 전통이 한국 고가구의 매력"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1988년 라이트가 사망한 뒤, 그의 컬렉션은 생전에 그와 교분이 있었던 미네소타대 교무처장 출신 로저 벤자민 박사를 통해 와이즈만 미술관에 기증됐다.
 
여러 겹의 종이를 붙여 만든 상자. 지함.

여러 겹의 종이를 붙여 만든 상자. 지함.

원본보기 아이콘

오다연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조사연구실 선임 연구원은 "올 초 미술관 측과 교섭이 돼 처음으로 전수조사를 할 수 있었는데, 와이즈만 미술관 관장 등 관계자들은 우리 고가구를 만드는 데 쓰인 나무의 종류에서부터 작품의 연대와 제작된 지역, 그리고 나무와 나무가 서로 맞물리는 구조, 자물쇠의 구성에 대해서까지 흥미로워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재단과 미술관은 이번 조사결과를 토대로 라이트의 저서 '한국의 가구' 개정판을 내년 미국과 한국에서 발간할 예정이다. 와이즈만 미술관은 한국실 및 한국코너가 있는 미국 내 32곳의 미술관ㆍ박물관 중 하나다. 이 미술관은 구겐하임 미술관을 설계한 유명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디자인한 기하학적인 건물과 수준높은 현대 미술품 소장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하이브 막내딸’ 아일릿, K팝 최초 데뷔곡 빌보드 핫 100 진입

    #국내이슈

  •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대학 나온 미모의 26세 女 "돼지 키우며 월 114만원 벌지만 행복" '세상에 없는' 미모 뽑는다…세계 최초로 열리는 AI 미인대회

    #해외이슈

  •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 황사 극심, 뿌연 도심

    #포토PICK

  • 매끈한 뒤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마지막 V10 내연기관 람보르기니…'우라칸STJ' 출시 게걸음 주행하고 제자리 도는 車, 국내 첫선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비흡연 세대 법'으로 들끓는 영국 사회 [뉴스속 용어]'법사위원장'이 뭐길래…여야 쟁탈전 개막 [뉴스속 용어]韓 출산율 쇼크 부른 ‘차일드 페널티’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