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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이 성벽에 묻혀 작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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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구 끝내고 공개되던 날..감탄과 아쉬움 교차

숭례문이 성벽에 묻혀 작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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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이현우 기자] 지난 4일 5년 3개월 만에 복구를 마치고 공개된 숭례문에서 가장 눈에 두드러진 점은 일제 강점기 직전 헐린 숭례문 육축 양쪽 성곽이 복원된 것이다. 새로 단장한 숭례문에는 서쪽 16m, 동쪽 53m의 총 69m 성곽 날개가 다시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 같은 성곽 복원에 대해 시민들의 반응은 교차하고 있다. 한편에선 "응당 복원해야 마땅한 일"이라고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많은 시민들이 "숭례문을 작게 보이게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숭례문 복구에 참여했던 장인과 학자들은 "성곽이 복원되면서 숭례문이 조선시대 한양의 진정한 정문으로서의 모습을 되찾았다"고 평하고 있다. 대체로 전문가와 시민들 간에 이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양상이다.

6일 오전 출근길에 복구된 남대문을 유심히 지켜보던 회사원 권미정(26ㆍ여)씨는 "성문 복원은 물론 성곽 복원도 응당 이루어져야했던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성벽 복원 규모가 너무 작은 것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숭례문 인근 남대문 시장의 상인인 우덕상(70)씨 역시 "성벽 때문에 숭례문이 좀 가려 보이기는 하지만 복원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원유옥(67ㆍ여)씨는 "성벽이 너무 높아서 남대문이 지녔던 본래의 맛을 잃어버린 것 같다"며 "예전에는 건물이 혼자 우뚝 솟아올라 있어서 상징물 같고 커 보였는데 지금은 남대문이 죽어버렸다"고 지적했다. 원 씨는 "성벽들이 둘러쳐져 있으니까 다가가기기에도 어렵다. 보호를 위한 측면도 있겠지만 예전의 정겨운 느낌은 아닌 것 같다"고 못내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지나(28ㆍ 여)씨는 "성곽 복원 자체는 좋은데 성벽이 석축과 어울리지 않게 너무 새 것 같아서 눈에 거슬린다"고 지적했다. 4일 복구식 장면을 보러 나온 박철영(42)씨는 "200억원 넘게 들여서 복구했다는데, 주변을 높게 지어서 숭례문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못내 아쉬움을 표했다.

숭례문을 복구하면서 양 옆의 성곽을 함께 복원키로 한 것은 숭례문의 '역사성'을 최대한 온전하게 되살려내자는 취지에서 추진된 것이다. 숭례문은 조선시대 외교사절 등이 왕을 만나기 위해 성 안으로 들어갈 때 통과해야 했던 한양도성의 정문으로, 양 옆으로 성곽이 펼쳐져 있었으나 양쪽 성곽은 대한제국 말기인 지난 1907~1909년 사이 훼손됐다. '고종실록'에는 1907년 3월 의정부 참정대신(參政大臣) 박제순 등이 고종에게 숭례문 좌우 성곽을 8칸씩 헐자고 요청하는 내용이 나온다. "숭례문 주변에 사람들이 붐비고 수레와 말 등이 복잡하게 드나들며, 전차가 그 복판을 가로질러 다니기 때문에 접촉사고가 많이 일어난다"는 이유였다. 같은 해 6월에는 내각총리대신 이완용 등이 흥인지문(동대문)과 숭례문 주변 나머지 성곽을 모두 헐 것을 왕에게 청해 허락을 받았다는 내용이 있다.

이번 성곽 복원 작업은 이 같이 잘리고 훼손된 숭례문의 일부를 복원한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는 얘기다. 이번 성곽 복원 작업은 2년 넘게 이재순(58)ㆍ이의상(72) 석장이 주도해 연인원 8185명이 참여했다. 복구 작업팀 측에서는 성곽 복원 규모를 본래 더 길게 잡았으나 남대문 시장 차도와 지하철 1호선을 고려해 줄였다. 이들은 "성곽 복원으로 숭례문의 의미와 조형적 가치가 더욱 살아났다"고 평가하고 있다.

조상순 문화재청 학예연구사도 "한양도성의 정문, 숭례문은 결국 좌우 성곽이 있어야 진정한 모습을 갖추게 되는 것"이라며 "조선 600년을 지킨 한양도성이 헐리는 것은 당시 조선인에게는 나라를 잃게 된다는 상징이나 마찬가지였고, 잘린 성곽 자리에 전차 등을 다니게 하면서 일본인들은 식민사관을 주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
이현우 기자 knos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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