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튀는 제목 누가 달았지?..기업보고서 '카피의 달인' 임돌이 연구원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은하(Galaxy) 영웅 전설의 서막:외국인 머지않아 귀환'. 게임 혹은 시트콤 제목으로 착각하기 쉽지만 삼성전자에 대한 기업분석보고서 제목이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시리즈인 갤럭시는 한글 뜻을 살려 은하(Galaxy)로,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은 '외국인 머지않아 귀환'으로 각각 표현한 것이다.
이런 재치있는 보고서를 쓴 이는 임돌이 신영증권 기업분석2팀장. 그는 작가 제의를 받을 만큼 뛰어난 작문 실력을 바탕으로 튀는 종목보고서를 써서 기관투자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임 연구원의 튀는 제목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2월 '삼성전기, 난 예전과 달라졌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란 보고서로 삼성전기의 실적 호조를 전망했다. 또 같은 달 삼성전자의 LCD사업 분사에 대해선 '네 개의 별 중 하나를 분사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해 3월에는 삼성SDI와 보쉬 간의 자동차용 2차전지 합작 무산설에 대한 보고서 제목을 '삼성SDI, 상심의 계절:나는 왜 맨날 방전만 될까?'로 달았다.
임 연구원은 "어떻게 하면 좀 더 재미있는 기업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튀는 제목을 달기 시작했다"며 "이색적인 제목으로 눈길을 끈 뒤 충실한 내용으로 투자자들을 만족시킨다는 전략"이라며 미소 지었다.
그의 보고서 중에는 '삼성전기, 나 말리지마: 짧고 굵게 타오를거야', '삼성전기, 지구의 중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난 슬픈 달' 등 다소 아리송한 보고서도 종종 눈에 띈다. 제목만 읽어서는 무슨 내용인지 알기 쉽지 않은 불친절한(?) 보고서인 셈.
임 연구원은 "짧고 굵게 타오른다는 것은 1~2개월 급등하고 나면 욕심부리지 말고 팔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관투자자들 경우에도 제목만 보고 내용은 충실히 읽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보고서를 열심히 꼼꼼히 읽는 사람이 숨겨진 의미를 파악할 수 있도록 제목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그의 경력도 독특하다.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한 뒤 전공을 살려 삼성종합기술원에서 4년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핸드폰 분야를 연구했다. 이후 7년간의 펀드매니저 생활을 거쳐 신영증권에서 반도체ㆍ가전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임 연구원은 "나는 소위 말하는 베스트 애널이 아닌, 가수로 치자면 얼굴 없는 가수"라며 "내 보고서를 읽은 투자자들이 실제로 투자에 성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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