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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마트 규제 1년…시대조류와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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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마트 규제 1년…시대조류와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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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1970년대 초, 대ㆍ중소기업 간 갈등이 절정에 달했던 프랑스에서는 1973년 '상업 및 수공업 방향설정에 관한 법률'(일명 르와이에 법)이 제정됐다. 이 법에 따라 인구 4만명 이상 도시는 면적 1500㎡ 이상, 4만명 미만 도시는 1000㎡ 이상 점포를 설립할 때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1996년에는 이 법을 더욱 강화, 인구 규모에 관계없이 300㎡ 이상 되는 모든 점포를 규제 대상으로 했다.

르와이에법이 발효된 이후 프랑스 유통시장은 급변했다. 신규 출점이 묶인 대기업들이 중소 소매상들을 대거 흡수, 합병해 집중화가 빠른 속도로 이뤄졌다. 대기업 중심으로 유통시장이 재편된 것이다. 또 국내서 발 묶인 까르푸를 비롯한 유통 대기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바람에 5만 여명의 고용 기회가 상실됐다. 대형점 규제가 중소상인 보호라는 목적을 달성하기는 커녕 대기업에 소비자들을 몰아주고 고용 기회만 잃게 한 셈이다.
르와이에법의 폐해가 한국에서도 일어날 조짐이다. 2012년 총선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모처럼 한목소리를 내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 규제가 시행된 지 어느덧 1년이 됐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살린다는 미명 아래 출발한 대형마트 규제는 출점 제한, 월 2회 의무휴업, 영업시간 단축을 강제했다. 대기업 때리기에 동참하지 않으면 시대조류에 뒤처진다는 강박관념이 느껴질 정도의 분위기에서 규제는 갈수록 심해졌다.

그렇다면 지난 1년간 얼마나 변했을까. 정부의 취지대로 자영업자들과 재래시장은 살아났을까.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대형마트 매출은 작년 4.4% 줄었고, 올 1분기엔 8.4%나 급감했다. 납품 중소기업과 농민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실제 이마트에 납품하는 채소 농가 2400여 곳에서 발주량이 15~20%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일자리도 줄었다. 대형마트 상위 3개사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제한으로 대형마트 직원 수는 영업규제 시작 전보다 3000여 명이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체인스토어협회 측은 월 4회 휴무가 확대되면 최대 9000여 명까지 고용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혜택이 가야 할 재래시장 상인과 영세상인들도 웃을 수만은 없었다. 마트영업을 못하게 하면 고객이 몰릴 것이라는 정부의 판단과는 달리 고객의 20%만 전통시장이나 동네슈퍼를 찾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청 산하 시장경영진흥원이 지난해 전통시장 1511곳의 점포를 조사한 결과 하루 평균 매출이 10만원 미만인 점포가 전체의 19.3%였다. 2010년 조사 때(13.7%)보다 5.6%포인트 늘어났다. 하루 매출이 10만원이 안되는 전통시장 점포가 늘었다는 것은 대형마트가 쉬는 날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찾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결국 마트 규제는 중소기업의 일감과 서민들의 일자리만 빼앗은 꼴이 됐다. 소비자들의 선택권과 편익마저 훼손해 눈물과 희생을 요구했다. 공공의 적(適)으로 규정한 마트를 묶어놨지만 누구하나 맘껏 웃을 수 없는 상황이 된 셈이다. 억지로 막아놓은 들 원하는 이득은 취할 수 없다는 교훈만 일깨워 준 마트 규제 1년이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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