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1970년대 초, 대ㆍ중소기업 간 갈등이 절정에 달했던 프랑스에서는 1973년 '상업 및 수공업 방향설정에 관한 법률'(일명 르와이에 법)이 제정됐다. 이 법에 따라 인구 4만명 이상 도시는 면적 1500㎡ 이상, 4만명 미만 도시는 1000㎡ 이상 점포를 설립할 때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1996년에는 이 법을 더욱 강화, 인구 규모에 관계없이 300㎡ 이상 되는 모든 점포를 규제 대상으로 했다.
르와이에법이 발효된 이후 프랑스 유통시장은 급변했다. 신규 출점이 묶인 대기업들이 중소 소매상들을 대거 흡수, 합병해 집중화가 빠른 속도로 이뤄졌다. 대기업 중심으로 유통시장이 재편된 것이다. 또 국내서 발 묶인 까르푸를 비롯한 유통 대기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바람에 5만 여명의 고용 기회가 상실됐다. 대형점 규제가 중소상인 보호라는 목적을 달성하기는 커녕 대기업에 소비자들을 몰아주고 고용 기회만 잃게 한 셈이다.
그렇다면 지난 1년간 얼마나 변했을까. 정부의 취지대로 자영업자들과 재래시장은 살아났을까.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대형마트 매출은 작년 4.4% 줄었고, 올 1분기엔 8.4%나 급감했다. 납품 중소기업과 농민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실제 이마트에 납품하는 채소 농가 2400여 곳에서 발주량이 15~20%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일자리도 줄었다. 대형마트 상위 3개사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제한으로 대형마트 직원 수는 영업규제 시작 전보다 3000여 명이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체인스토어협회 측은 월 4회 휴무가 확대되면 최대 9000여 명까지 고용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마트 규제는 중소기업의 일감과 서민들의 일자리만 빼앗은 꼴이 됐다. 소비자들의 선택권과 편익마저 훼손해 눈물과 희생을 요구했다. 공공의 적(適)으로 규정한 마트를 묶어놨지만 누구하나 맘껏 웃을 수 없는 상황이 된 셈이다. 억지로 막아놓은 들 원하는 이득은 취할 수 없다는 교훈만 일깨워 준 마트 규제 1년이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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