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단체와 시각차..소송 등 마찰 우려도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차법) 확대 적용을 앞두고 은행권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오는 4월 11일부터는 장애인도 불편 없이 인터넷 뱅킹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웹 접근성을 판단하는 데 있어 은행과 장애인단체들의 입장 차이가 있어 앞으로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각 은행들은 오는 4월 11일 장차법 적용을 앞두고 현재 인터넷 뱅킹 사이트 전면 개편을 진행 중이다. 우리은행은 기존 인터넷뱅킹 사이트 재구축을 통해 오는 4월 중에 시각장애인이 조회ㆍ이체 등을 할 수 있는 음성지원 서비스, 청각장애인을 위한 동영상 자막 등을 선보일 방침이다. 마우스 조작이 어려운 이들을 위한 키보드 접근성 개선도 추진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들이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인터넷 뱅킹 전 부문에 걸쳐 국가표준 한국형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을 모두 준수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기업은행도 현재 홈페이지 개편이 진행 중이며 완료되면 인증을 받을 방침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홈페이지와 인터넷 뱅킹은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을 대부분 준수하고 있으며 인증 획득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은행들의 준비 작업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단체들은 미흡한 점이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은행들이 웹 접근성 인증마크 획득에만 신경을 쓰고 실제 사용 시 불편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웹 접근성 인증마크는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웹사이트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을 인증하는 제도로 정보화진흥원을 비롯해 4~5곳의 단체가 이 사업을 하고 있다. 장차법은 이 인증을 의무화 하고 있지는 않으며 단지 은행들은 웹 접근성 보장을 입증하기 위해 인증을 받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산한 한국웹접근성평가센터 안동한 팀장은 "은행에서 준비를 했다고 하고 인증마크를 받는다고 하지만 실제로 장애인들이 인터넷 뱅킹을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인증보다는 장애인들의 사용성을 기준으로 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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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4월 11일 이후 장차법이 인터넷 뱅킹에도 적용되면 소송 등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장차법은 위반 시 3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하지만 벌금을 부과하려면 인권위 제소, 인권위 조사, 시정 권고, 법부무 이관, 법무부 조사 등의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더 빠른 결과를 얻는 동시에 이 문제를 이슈화하기 위해서라도 장애인 단체 등에서 소송을 선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해 대한항공, 도시철도공사 등을 상대로 소송이 제기된 바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에서는 장애인들이 불편 없이 인터넷 뱅킹을 사용할 수 있도록 여러 준비를 하고 있지만 판단 기준에 있어서 장애인 단체들과 이견이 있다"며 "장차법 적용이후 은행을 상대로 한 크고 작은 집단 소송이 제기되는 등 당분간 이 문제를 둘러싼 잡음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철현 기자 k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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