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차트 점령한 "드라마 OST", 가요계는 "허탈"
[홍동희의 엔터톡톡]요즘 음원 차트는 그야말로 드라마 OST 천국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각종 드라마 OST 신곡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 결과 주요 음원차트 상위권 중 대다수가 드라마 OST 음원이다.
대표적인 예가 거미의 '눈꽃', 더원의 '겨울사랑' 이다. 이 두 곡 모두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OST 수록곡들로 각종 음원차트 톱10을 차지하고 있다. 이 외에도 SBS 주말극 '돈의 화신' OST 음원인 아이비의 '너였나봐', KBS2 '아이리스2'의 OST 음원인 다비치의 '모르시나요'와 노을의 '어떤가요', SBS '야왕'의 OST인 에일리의 '얼음꽃' 등이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여기에 SBS K팝 스타 시즌2의 참가자인 악동뮤지션의 '크레센도'와 '라면인건가'도 음원 차트 상위권이다 보니, 정작 가수들 자신이 수개월 간 공들여 제작한 정규나 미니 앨범 수록곡들은 '찬밥' 신세다.
그나마 다비치, 씨스타19, 허각, 2AM, 배치기, 샤이니 정도를 제외하면 나머지 가수들의 신곡은 공개되고 1주일도 못 버티고 하위권으로 밀려나기 일쑤다.
가요계 관계자들은 드라마 OST 음원들의 무차별 공세에 '허탈'하다는 반응이다.
최근 소속 가수의 새 앨범을 제작한 한 제작자는 "드라마 OST와 방송국 예능 프로 음원들 때문에 음원차트 상위 순위 진입은 아예 포기했다."며 "아이돌 그룹처럼 팬들에게 앨범을 팔아 수익을 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디지털 음원 만으로는 제작비도 회수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라고 하소연 한다.
"남 탓만 하는 거냐. 무한경쟁 시대에 노래만 좋게 만들면 자연스레 음악팬들이 많이 들을 것 아니냐"라고 반문할 수 있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 막강한 자본력을 지닌 방송사와 드라마 제작사의 홍보력을 작은 규모의 기획사들이 당해낼 수 없다.
국내 최대 음악사이트인 '멜론'의 13일 오전 현재 메인페이지를 살펴보면, '최신앨범'란 첫 페이지의 8장 중 정인의 정규 앨범을 제외하면 나머지 7장이 OST곡이거나 방송사 예능 프로 관련 음원으로 채워져 있다.
음악팬들이 다양한 음악을 접하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의 클릭을 통해 보물찾기하듯 이곳 저곡을 뒤져야한다는 이야기다.
각 방송사들의 치열한 드라마 시청률 경쟁 속에 OST 간 경쟁 또한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일부 OST 제작사들 역시 드라마 종영 시까지 거의 매주 신곡을 내놓으면서 물량공세에 나서고 있다. 불과 수년 전 일이천만원에 불과하던 OST 제작비도 최근 과다 경쟁으로 인해 '목소리값' 비싼 가수들을 섭외하느라 수 억 원 때까지 뛰어 올랐다고 한다. 몇몇 가수의 '목소리값'은 노래 한곡에 5천 만원을 훌쩍 넘기도 한다.
드라마 OST 제작사들은 OST의 본질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OST는 드라마의 감동을 배가시키고 드라마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드라마의 일부분이다.
홍보를 위해 유명 가수가 필요하고 유명 작곡가를 내세우는 건 당연하다. 최근 드라마 OST는 본질을 벗어나 일종의 '음원 장사'를 위한 수단이 되는 듯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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