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씨가 2007년에 내놓은 23억원짜리 아파트를 사들인 건 김정환(가명·47)씨 인생 최대의 실수다. 시장이 좋지 않다며 말리던 아내도 그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더 오를 것이라 예상했지만 매입 후 집값은 무섭게 떨어졌다. 한강변 르네상스 등 개발호재도 단기간에 그쳤다. 옆동 같은 평수는 지난달 17억원에 물건이 나왔다. 4년만에 6억원을 잃은 셈이다.
2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강남구 압구정동에 위치한 구현대6차(전용 129.92㎡)는 현재 17억~19억원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2007년초 23억원까지 치솟던 때보다 최고 26%(6억원) 떨어졌다. 하지만 8억원 초반대로 10년내 최저점을 찍던 2003년보다는 2배가 넘게 치솟았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매매값이 수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10년전 매입한 사람들은 모두 수익을 올린 것이다. 이 아파트를 10년째 전세로 돌리는 집주인들도 이 기간 보증금을 2배 이상 올렸다. 현재 전세시세는 6억~7억원 사이로 저점이던 2004년에는 3억원 초반대에 불과했다
강남권 대표 재건축 단지인 은마아파트도 마찬가지다. 현재 76.78㎡의 매매값은 7억~7억7000만원으로 10억5000만원을 찍던 2007년보다 3억원 빠졌다. 하지만 4억7000만원으로 저점을 기록했던 2003년보다는 3억원이 뛰었다. 전세도 2배 이상 올랐다. 2004년 1억6000만원의 보증금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3억5000만원을 넣어야한다. 대치동 L공인 대표는 “저점에 들어와 고점에 판 투자자들은 6억원을 따고 나간 반면, 상승세를 바라보고 2007년 들어온 투자자들은 현재 마이너스 3억원을 기록하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바로 위 면적대인 84.43㎡의 매매값도 현재 8억2000만~8억7000만원으로 2007년 13억5000만원때보다 5억원 낮아진 반면 2003년 5억7000만원때와는 3억원 차익을 보인다.
지난해말 30년만에 재건축이 확정된 대치동 쌍용1·2차(96.04㎡) 역시 12억5000만원까지 치솟던 2007년 이후 최대 5억원 떨어진 반면 최저점을 기록한 2003년보다는 3억원이 뛰었다. 분양단계까지 재건축이 진행된 인근 청실아파트도 2007년 고점보다 3억원 하향조정된 8억~9억2000만원에 거래되고 있지만 2003년 저점(5억4000만원)보다는 2배 가까이 올랐다.
일반 고가아파트도 짧은 기간내에 천당과 지옥을 오고 갔다. 강남구 최고가 아파트 중 하나인 도곡렉슬(59.97㎡)은 1년만에 4억원이 넘는 상승세를 기록한 경우다. 본격적인 거래가 이뤄진 2006년초 5억원 초반대에 불과했지만 그해 연말 9억원에 거래되는 진기록을 세웠다. 이후 하락세를 거듭하다 현재 매매값은 6억5000만~7억3000만원에 형성됐다.
도곡동 M공인 관계자는 “1년만에 집값이 1억~2억원 떨어졌다는 사람들 중에는 저점에 들어와 이미 수억원 수익을 본 사람도 많다”며 “단기간으로 살펴보면 최근 몇년새 집값 하락으로 손해 본 사람들이 많지만 강남권 재건축 입주민 대부분이 이사를 꺼리는 노년층이 많은걸 감안하면 10년간 돈 번 사람들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이 에이플러스리얼티 팀장은 “재건축을 앞둔 노후 단지들의 경우 오래전 매입해 거주하는 노년층도 많지만 최근 몇 년새 손바뀜이 잦았던 곳도 많다”며 “거래가 이뤄질때마다 시세가 움직이는 걸 감안, 투자자들은 재건축 진행 과정이나 시장 흐름을 유심히 살펴야한다”고 조언했다.
배경환 기자 khbae@
꼭 봐야할 주요뉴스
[르포]"정부가 보조금 퍼붓는데 어떻게 버티나" 전...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