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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밀봉된 이집트의 비극적 사랑 '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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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디의 오페라로 시작..엘튼 존이 음악 참여

(사진: 신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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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고대 이집트는 특유의 이미지가 있다. 스핑크스와 피라미드로 대변되는 강렬한 황금빛 형상들, 생명력 넘치는 구불구불한 나일강, 원시적이면서도 독특한 문양의 글자, 원색이 살아있는 화려한 이국적 의상, 보석빛이 출렁이는 장신구 등이 책이나 영상을 통해 심어진 이집트의 모습이다.

뮤지컬 '아이다(AIDA)'의 배경은 고대 이집트다. 다행히도 무대와 의상은 최대한 이집트의 감각을 되살리려 부지런히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석양이 지는 나일강의 풍경, 칠흑같은 밤하늘을 수놓는 크고 작은 별들, 런어웨이 저리가라 할 만한 이집트의 패션쇼까지 다양한 볼거리가 이 작품의 미덕이다. 덕분에 관객들은 이 낯선 배경의 이야기에 쉽게 몰입할 수 있게 된다. 배우들을 한층 가깝게 볼 수 있도록 무대 크기를 효율적으로 압축한 뮤지컬 전용 공연장의 특성도 한 몫 했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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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무대와 달리 스토리는 익숙하다. 붉고 노란 조명 아래 공작새처럼 화려한 의상을 뽐내는 배우들은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와 공주 암네리스다. 강단있지만 사려깊은 태도로 이 둘 사이를 오가는 인물은 포로로 잡혀온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 작품의 주인공이다. 라다메스와 암네리스는 어린 시절부터 같이 자라왔으며, 약혼까지 한 사이다. 암네리스가 갈수록 라다메스에 대한 사랑을 키워왔다면, 라다메스는 사랑 보다는 나일강 일대를 탐험하는 데 관심이 더 많다.

라다메스 장군에 붙잡혀 시녀들과 함께 이집트에 포로로 끌려온 아이다는 공주 신부를 숨긴 채 암네리스의 시녀가 된다. 이러니 라다메스와 아이다의 사이가 좋을 리 만무하다. 자신의 처지를 하루 아침에 공주에서 시녀로 바꿔놓은 라다메스에게 아이다는 적대감을 갖는다. 게다가 라다메스는 자신의 조국인 누비아를 침략한 이집트의 장군이 아닌가. 라다메스도 뻣뻣하고 고분고분하지 않는 아이다를 탐탁치않게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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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둘이 사랑에 빠지는 건 시간 문제다. 모험을 좋아하고, 대화가 잘 통하는 이 젊은 남녀는 피해보려하지만 결국 서로에게 마음을 뺏기고 만다. 이 둘을 가로막는 건 시대다. 때는 바야흐로 이집트가 인근의 모든 국가들을 식민지로 삼고, 그 백성들을 마구잡이로 죽이거나 노예로 삼던 시절이었으니까 말이다. 조국과 사랑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들이 들이닥치고, 이 둘은 끝내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다.
실제로 누비아는 이집트 남부와 수단 북부의 있는 지역 이름이다. 머리카락이 곱슬곱슬하고, 아프리카 흑인과 흡사한 모습의 누비아인들은 수천년동안 이집트의 소수민족으로 살아왔다.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가 아프리카식으로 머리를 굵게 땋은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때문에 이 이야기를 실화라고 생각하는 관객도 꽤 있지만, '아이다'는 베르디가 만든 오페라가 원작이다. 당시 베르디는 이집트 국왕으로부터 수에즈 운하의 개통을 기념하기 위한 작품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고 '아이다'를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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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에서 뮤지컬로 넘어오면서 가장 달라진 점은 음악이다. '미녀와 야수', '라이온 킹'으로 주가를 올린 디즈니는 본격적인 뮤지컬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해 '아이다'를 기획하고, 이 과정에서 세계적인 뮤지션 엘튼 존과 팀 라이스에게 음악을 맡겼다. 팝적인 요소가 강한 음악들은 듣기에 편하지만 기억에 오래 남지는 않는다. 차지연(아이다), 김준현(라다메스), 안시하(암네리스) 등은 고른 기량을 뽐내며, 특히 차지연은 중량감있는 노래와 연기로 극을 매끄럽게 이끌어 간다.

결국 매끄러운 음악과 화려한 조명과 현란한 의상 등에도 불구하고 아이다의 사랑은 밀봉된 채 비극으로 끝나 여운을 남긴다. (4월28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



조민서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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