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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앞 눈치우기' 시민정신도 얼어버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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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례 제정조차도 몰라
주택가 골목, 스케이트장 방불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오진희 기자, 나석윤 기자] 전국적인 폭설로 6일 아침 출근길에 비상이 걸렸다. 주택가 골목길 이면도로는 제설이 제대로 되지 않아 스케이트장을 방불케 할 정도다. 특히 '내 집앞 눈치우기'가 전국 시·군의 대부분에서 조례로 제정돼 있지만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자발적인 눈치우기 조례에 대한 홍보나 교육이 미진해, 조례 자체를 모르는 시민도 많았다.
◆"그런 조례도 있나요?"= 5일 오후 5시께 한바탕 눈이 내리다 그친 서울 종로 3가 철물점 거리는 가게마다 아예 눈을 치우지 않은 곳이 절반에 달했다. 눈이 여전히 수북히 쌓여 있는 인근 슈퍼마켓의 한 점원은 "눈을 치워야하는 게 의무는 아닌 걸로 안다"면서 "치울 사람만 치우면 되는 거 아닌가"라며 무관심한 듯한 표정이었다.

내 집ㆍ상가 앞 제설작업을 위한 조례를 모르는 이들도 많다. 가게 앞에서 눈을 쓸던 한 철물점 주인은 "눈이 쌓여 있으면 불편하니까 쓸러 나왔는데, 그런 조례가 있는 줄 몰랐다"면서 "어차피 내일 시에서 나와 다 치워주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날 새벽 서초구 방배동 한 주택가에서는 어두컴컴한 출근길을 나서는 시민들이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기 일쑤였다. 큰 도로로 나가기 전 주택가 골목길 이면도로는 그늘 진 곳도 많고, 기온도 영하 10도로 떨어져 빙판길이 불가피한 마당에 제설까지 제대로 되지 않았다. 눈치우기가 된 곳이라 해도 대부분 주차장에서 차가 나가는 길 정도만 돼 있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 자신들이 입은 격이다.
그나마 상가 앞은 영업을 해야 하는 입장이라 일반 주택가 도로 제설 상황보다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다.

서울시는 지난 2006월 7월 '건축물관리자의 제설ㆍ제빙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 바 있다. 이는 보도나 이면도로, 보행자전용도로상의 눈 또는 얼음을 제거하는 작업에 대한 책임을 건축물 관리자나 소유자, 점유자에게 묻는 법이다. 주간에 내린 눈은 눈이 그친 때로부터 4시간 이내, 야간에 내린 눈은 다음날 오전 11시까지 치워야 하며 1일 내린 눈의 양이 10cm 이상의 경우 눈이 그친 때부터 24시간 이내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조례는 서울시 뿐 아니라 전국 대부분의 시ㆍ군에서 제정한 상태다.

이 조례가 제대로 시행이 안되는 데는 권고사항일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과태료을 물리는 등 강제조항으로 만드는 것은 행정력 남용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조금만 수고하면 다수가 행복할텐데.."= 반면 일부 동네에서 눈 치우기가 잘 이뤄진 곳도 눈에 띄었다. 성북구 안암동에 위치한 한 다가구주택 건물주인 박 모(남 40대)씨는 대부분 대학생들인 세입자들에게 "마당에 있는 눈 쓸어놨어요. 미끄러우니 조심들 하세요"라며 문자를 보내 훈훈한 정을 보여줬다.

관악구 주민인 신선혜(여 28)씨도 언덕을 내려가야 하는 출근길이 걱정됐지만,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눈이 치워져 있어 무리 없이 지하철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조금만 수고를 하면 다수가 행복할 수 있을 텐데 잘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며 "주민들 스스로 서로를 배려하는 문화가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아쉬워했다.

한편에서는 '내 집ㆍ상가 앞 제설작업'에 대한 홍보와 교육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행정안전부와 각 지자체에서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나 인터넷, 전광판, 마을 앰프방송 등을 통해 홍보하고 있으나 자발적 참여를 독려하는 교육 등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박종일 기자 dream@
오진희 기자 valere@
나석윤 기자 seokyun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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