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주요 대학과 은행 등에 몸담고 있는 민간부문 경제학자들이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에게 쓴소리를 쏟아냈다. FRB가 ‘제로금리’와 세 차례의 양적완화 등 초완화적(ultra-easy) 통화정책에 주력하는 동안 중앙은행의 본분인 통화·물가 안정이 심각한 위협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일 뉴욕 맨해튼 호텔에서 열린 ‘그림자공개시장위원회(SOMC, Shadow Open Market Committee)’ 심포지엄에 참석한 민간 경제학자들이 한 목소리로 현 FRB의 정책기조를 비판했다고 21일 미 경제 주간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가 보도했다.
SOMC 위원들은 FRB가 실업률을 더 떨어뜨리고 경제성장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이유로 물가상승률이 관리목표치인 2%를 웃도는 것을 용인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인다며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굿프렌드 카네기멜론대 교수는 “당초 인플레이션을 2%선 이하로 묶어두겠다고 공언했던 FRB가 해이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지난 9월 3차 양적완화(QE3)를 발표했을 때 인플레 억제목표 2%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번 SOMC에는 FRB내 ‘매파’로 유명한 제프리 래커 리치몬드연방준비은행 총재가 기조연설자로 초청됐다. 래커 총재는 SOMC 위원들의 우려에 공감하며 “비록 일시적이라도 인플레를 목표치 이상으로 뛰도록 방기하는 선례를 남긴다면 중앙은행의 신뢰도는 수십년 동안 먹구름에 휩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SOMC 심포지엄이 열린 맨해튼 호텔은 공교롭게도 같은 날 버냉키 의장이 오찬 연설을 한 뉴욕 경제인클럽에서 단 몇 블록 떨어진 곳이었다. 경제인클럽 오찬 행사 후 심포지엄에 참석한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기자들의 질문에 말을 아꼈지만, FRB가 2%의 인플레 목표를 분명히 밝히지 않은 것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이같은 목표를 재차 밝히는 것은 절대적으로 중요한 일”이라고 언급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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