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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우리 동네 힐링 캠프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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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우리 동네 힐링 캠프 만들기
거동이 어려운 시어머니를 6년째 모시고 사는 한 주부의 이야기다. 그녀는 오랫동안 시어머니를 돌보느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왔다. 매사가 짜증스러웠고 남편과 자녀들과 관계도 소원해졌다. 관계의 단절은 더욱 심한 정서적 고통과 고독으로 이어졌다.

박춘희 송파구청장

박춘희 송파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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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우연치 않게 동 자치회관 프로그램의 수채화 강좌를 수강하게 됐다. 그림을 그리다 보니 힘들었던 일상을 잊게 되고 활력이 생겨났다. 또 실력이 늘면서 성취감과 기쁨도 커졌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가족들과의 관계도 호전됐다. 부담스럽고 심지어 밉기까지 했던 시어머니에 대한 감정도 점차 누그러지고 행복한 일상을 살게 됐다.

바야흐로 힐링의 시대다. 힐링 캠프, 힐링 테라피, 힐링 음악, 힐링 축제, 힐링 투어, 힐링 캠페인….
지치고 힘든 도시민의 일상을 달래주기 위한 힐링 열풍이지만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힐링 아이템을 제공하는 산 좋고 물 좋은 곳을 찾아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든지,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든지, 특정한 장소에 찾아가야 한다. 그런데 잘 찾아보면 우리 동네 가까운 곳에서도 얼마든지 힐링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서두에서 언급한 주부의 이야기도 실은 송파구 한 자치회관 프로그램 수강생의 사례다. 자치회관에는 집 가까이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많다. 수강생들만 해도 상당해 틈틈이 지역내 모든 자치회관을 방문해 그들과 허심탄회한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이름하야 ‘오후의 수다’. 수강생들은 주저 없이 자신만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놨다. 어쩌면 비슷한 연배의 아줌마 구청장과 함께 한 자리였기에 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 자치회관 힐링 스토리를 공유해준 주민들 덕분에 ‘오후의 수다’는 눈물의 힐링 캠프가 될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사춘기 청소년 아이들을 위한 힐링 프로그램도 진행 중인데 그 대상이 좀 특별하다. 학교폭력 가해 학생이나 단순 절도를 저지른 10대 청소년들이다. 언론을 통해 비춰지는 험악하고 거친 이미지와는 달리 실제 아이들의 모습은 여느 평범한 중학생들과 다름이 없다. 그저 한 번의 실수를 저질렀을 뿐이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 처한 아이들, 주위에 시시비비를 가려줄 어른 하나 없는 외로운 아이들, 순간의 실수로 불량 청소년이라는 낙인이 찍혀버린 아이들을 치유의 시간으로 초대했다.

송파구 자원봉사센터와 송파경찰서 등 지역 기관들이 기꺼이 힘을 보탰다. 심리 상담과 교육을 병행하면서 발마사지를 가르쳐줬다. 그리고 어르신들이 있는 경로당으로 함께 찾아가 발마사지 봉사를 했다. 아이들은 그 시간만큼은 할아버지 할머니의 발을 주물러드리는 착한 손자 손녀였다. 찌푸려 있던 인상도 밝아졌다. 남을 위한 봉사의 삶을 맛보는 기회, 상처받은 마음을 보담아주는 소중한 힐링 타임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행정의 최일선에서 주민들과 살을 부대끼다 보면 이처럼 생각하지도 못한 아름다운 치유의 이야기들이 많이 들려온다. 본래 사업을 기획하면서 생각했던 목적과 기대효과 이상으로 주민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또 즐겁게도 해드렸던 일들이 부지기수다. 그럴 때마다 뿌듯하고 보람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마음 한 구석이 저미며 사명감마저 고개를 든다. 게다가 요사이는 조석으로 쌀쌀한 바람이 불며 동장군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지 않은가.

지난해 12월 허그데이를 맞아 강추위 속에서 환경미화원과 노숙자, 독거노인과 다문화 가정 여성들을 찾아가 한 번씩 꼭 안아준 적이 있었다. 매서운 겨울바람 속에서 느꼈던 그들의 뜨거운 체온이 아직도 온 몸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 듯하다. 사랑의 메시지를 전했을 때 치유와 감사의 메아리가 돌아왔다. 이 것이 바로 우리 동네를 힐링 캠프로 만들기 위한 고삐를 늦출 수 없는 이유다.

송파구청장 박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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