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혜천대학교 설립자 이병익 박사 별세

1929년 평안북도 선천태생, 기독교인 기업인·교육자로 평생 헌신…28일 오전 9시 혜천대학교회서 장례식

[아시아경제 왕성상 기자] 대전 혜천대학교 설립자인 이병익 박사가 24일 별세했다. 향년 84세.

고인은 1929년 평안북도 선천에서 가난한 농부의 6남매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6·25전쟁이 나자 인민군에 강제징집 됐다가 탈영했다. 전쟁포로가 돼 거제포로수용소에서 3년여를 보냈다.

1953년 6월 반공포로 석방된 그는 생계를 위해 악취가 나는 하수구를 치웠고 간장배달도 했다. 그러면서도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기독교신앙심이 깊었던 어머니가 자녀들을 모아놓고 하던 기도가 늘 그의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는 힘들고 어려운 가운데서도 주일학교교사로, 성가대원으로 뛰었다.

고인은 노점상, 포목상 등을 거쳐 1969년 대전에서 ‘동쪽에서 떠오르는 새로운 빛’이란 뜻의 동방산업을 세웠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동방개발, 신성개발산업, 국보상호신용금고, 제일상호신용금고를 세웠다. 동방엔지니어링, 가보식품, 동방전선 등 계열사들을 거느린 대기업 총수가 됐다.

그는 지역사회와 나라 경제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로 ▲수출증진산업표창 ▲수출산업발전유공표창 ▲수출진흥유공석탁산업훈장 ▲성실납세철탑산업훈장 ▲2000만불 수출의 탑 ▲국민훈장석류장 등을 받았다.

어릴 적부터 교육·육영사업 꿈꿨던 그는 1977년 동방산업 부설 혜천여중과 혜천여고를 세웠다. 근로자들에게 주경야독기회를 주는 산업체 부설학교였다. 1979년 학교법인 신성학원을 세워 동방여중과 동방여고(현 동방고)를, 1984년엔 혜성유치원을 열었다. 1980년 출범한 재단법인 혜천장학회는 지금까지 성적이 우수한 2000여 명의 학생들을 뽑아 장학금을 주고 있다.

1979년엔 단일학과였던 대전간호대학(1940년 개교)을 인수, 지금은 5개 계열, 15개 전공, 26개 학과를 갖춘 혜천대학교로 컸다.

그는 장로로서 1984년 혜천대학교회를 건립했고 1987년부터 8년간 장로회총회 신학대학 재단이사로서, 전국장로회장으로서 우리나라 교회발전에 앞장섰다.

1989년엔 기독교방송 대전극동방송을 개국, 운영이사장을 지냈다. 육군본부교회, 대전육군통신학교 교회설립에도 큰 역할을 했다. 그는 이런 공로로 2006년 대전 선교100주년 기념대회 때 공로패를 받았다.

그는 중남미에서 동방패션공장을 운영하면서 직원 수 천명에게 하나님 말씀을 전파하는 데도 힘썼다. 과테말라와 온두라스엔 그가 세운 공장이 4개나 있다. 미국 뉴욕에 비영리 선교법인인 동방선교센터(East Gospel Mission)를, 버지니아주 워렌톤 시엔 에스라지도자훈련원(Ezra Leadership Institute)을 세웠다.

세계 선교를 위해 각 나라에 나가있는 선교사들과 미국 내 선교기관들을 돕고 선교에 비전 있는 학생과 공부하는 목회자들에게 장학금도 줬다. 그는 ▲미국 콜롬비아대 명예인문학박사 ▲과테말라 마리아노 갈베스대 명예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뉴욕신학대학은 그에게 ‘도시천사상 대상’을 헌정했다.

유족으론 미망인 김홍은 씨와 장남 이용국 전 혜천학원 이사장 등 1남4녀가 있다. 장례는 혜천학원장으로 오는 28일 오전 9시 혜천대학교회에서 열린다. 장지는 충남 연기군 금남면 남곡리 선영. 빈소는 대전 건양대병원 장례식장 특 202호실.



왕성상 기자 wss40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