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한 현대사회의 미담, 결혼 웹툰
<어쿠스틱 라이프>의 난다는 남편이 애지중지하는 게임기를 청소하는 법을 에피소드로 그렸다. 뼛속까지 주부임을 자신하는 <마조앤새디>의 작가 마조의 가장 큰 고민은 식단과 전기세다. 드라마에서라면 고된 시집살이가 펼쳐지고, 영화에서라면 불치의 병이 사랑의 장애물로 등장하겠지만 웹툰 속의 결혼은 너무나 소소하고 평범하다. 판타지가 거둬진 맨 얼굴 같은 이들의 결혼 생활은 밥을 먹고, 청소를 하고, 때로는 가계의 문제로 고민을 하는 우리의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심지어 블로그를 통해 과시하는 평균의 삶과 비교할 때 이들의 생활은 때때로 고달프고 측은하기까지 하다. <딩스 뚱스 in 아메리카>의 주인공들은 미국에 보금자리를 꾸렸지만 미국사람 누구나 가진 것 같은 수영장이 딸린 주택에 살지 못하고, <결혼해도 똑같네>의 두 사람은 유명한 만화가가 되었지만 여전히 작업실로 사용하는 작은 방에서 이불을 펴고 잠을 잔다. 삶이 검박한 만큼 만화 역시 검소하고 소박할 수밖에 없다. 이들에게 결혼은 무대가 아니라 이야기 그 자체이며, 독자들은 웹툰이라는 필터를 통해 작가들의 실제 삶을 지켜보고 있다는 동시적인 체험을 한다. 그리고 이야기가 아닌 삶을 따라가면서 독자들은 작가의 이웃으로서 교감의 영역을 넓힌다.
함께 지켜나가는 ‘생활의 방법’
그래서 사랑은, 오히려 결혼 웹툰의 지배적인 정서가 아니다. 같은 직장에서 만난 마조와 새디는 서로의 일을 이해하며 다시 함께 일터를 꾸렸고, 함께 만화를 그리며 서로의 슬럼프를 도와준 네온비와 카라멜은 동료로서 상대방을 존중한다. 학창시절 처음 만난 난다와 한군은 각자의 습관과 취향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으며, 함께 미국이라는 낯선 땅으로 이주한 딩스와 뚱스는 서로를 의지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남편과 아내는 애정을 맹세한 대상인 동시에, 현실의 난관을 함께 해쳐나가는 동지다. 이들의 만화가 결혼 유무와 연령대를 뛰어넘어 사랑을 받는 것은 그래서다. 험난한 현실에서 가장 험악한 것이 결혼이요 출산이라고 가르치는 세상에서 결혼 웹툰들은 계산된 시뮬레이션이 아닌 진짜 생활의 방법을 기록한다. 그리고 그 생활을 함께 지켜나가는 사람의 존재로 현실의 험상궂은 모서리들이 조금은 둥글고 부드럽게 무뎌졌다고 말한다. 너무 오래되어 이제는 믿는 사람이 남아 있지 않는 그 진실이야말로 독자들이 계속해서 보고 싶은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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