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진흥원에서는 전국 2000~3000개 남아있다고 추정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한때 골목마다 있던 DVD·만화 대여점(이하 대여점)들이 동네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남아있는 가게들도 폐업 수순을 밟는 곳이 대부분이다. DVD 대여 부문은 '인터넷 다운로드'에 밀려 수익을 포기한지 오래고, 만화 및 소설책 대여 부문은 스마트폰, 태블릿PC, 전자책 등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서울 종로구 효자동에서 만화대여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10일 "8년전 대여점을 시작할 때도 주변에서 사양산업이라고 많이 만류했다"며 "한달 매출이 150만원 나오면 신간 구입비로 50만~60만원을 쓰고 나머지로 전기세며 각종 세금을 내면 남는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수익이 안나니까 신간서적을 조금밖에 못 갖다 놓게 되고, 그러다보니 손님들 발길이 떨어지고, 그러면 다시 수익이 안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성북구 보문동 일대에도 지난달 B대여점이 문을 닫았다. 올 초 대여료를 300원에서 400원으로 올렸지만 매출은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했다. 고민 끝에 손님을 끌어모으기 위해 전단지를 돌리는 방안도 추진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현재 이 가게가 있던 자리에는 동물병원이 확장해 들어섰다. B대여점 단골인 문 모(30)씨는 "책방 주인 아저씨가 손님이 없어 미아삼거리 쪽으로 가게를 옮긴다고 했다"며 "근처에 하나밖에 없는 책방이 사라져 더 이상 만화책을 빌려볼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발간한 '2012 콘텐츠산업 하반기 전망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남아있는 도서대여점의 수는 2000~3000개 정도로 추산된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2000년대 초반까지 활성화됐던 만화 대여점을 통한 유통과 소비는 현재 미약한 수준"이며 "대부분 폐업을 준비하고 있어 신간 유통은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인터넷·스마트폰에 밀려 수익 악화 = 대여점이 사라진 이유는 간단하다. 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대여점들이 비디오/DVD 등 영상물과 만화책·소설책 등 도서물을 겸해서 빌려준다. 그러나 인터넷 다운로드가 성행하고 IPTV 등 TV를 통해서 영화를 손쉽게 볼 수 있게 되면서 DVD 대여점이 직격탄을 맞았다. 출판물도 전자책,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을 통해 무료 콘텐츠가 활성화되면서 손님이 점차 줄게 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2 1분기 콘텐츠 구매실태 조사'에 따르면 만화콘텐츠 이용자의 49%가 온라인을 통해 만화를 보고 있으며 대여만화는 20.9%에 그쳤다. 휴대폰으로 만화를 보는 이용자도 크게 늘어 20.8%를 차지했다.
하지만 여전히 대여점을 찾는 고객들이 있다. 만화책을 좋아하거나 무협지, 판타지 소설 등을 주로 찾는 마니아들이다. 이들로 인해 전국 3000개의 대여점들이 그나마 버티고 있는 것이다. 서울 삼선동의 한 대여점 주인은 "대여점이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책 한장 한장을 넘기면서 읽는 '손맛'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더 발전된 전자책, 스마트폰이 나와도 이런 '손맛'을 대신할 수는 없을 것"이라 말했다.
조민서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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