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천년의 약속' 실행에 나선 수공이 약속의 기본 전제인 신뢰를 상실할 위기에 처했다. 수질 오염 논란에 대한 불투명한 태도 때문이다.
결국 상황은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지난 6월 초 환경단체가 먼저 조사에 나서 "최악의 상태"라는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수공은 부랴부랴 지난달 27일 언론 입회하에 공개 조사를 실시해 "팔당댐과 비슷한 수준으로 잘 관리 중"이라고 반박했다.
덩달아 환경단체들은 수공이 수질 오염 논란 제기 이후 해수 유입을 늘려 수질을 개선한 후 공개 조사를 실시했다는 의혹마저 제기하고 있다. 2주일 새 경인아라뱃길 물의 염분 농도가 높아졌다는 점이 근거다. 국가 기관으로서의 신뢰성이 땅바닦에 떨어진 셈이다.
수공은 특히 경인아라뱃길 관리를 맡고 있으면서도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해 신뢰 상실을 자초하고 있다. 수공은 지난달 말 인천시가 제안한 '공동 조사단' 구성 요구에 응해 지난 6일 열린 첫 회의에 참석했지만 딴지걸기에만 열중했다.
민간환경단체의 참여를 반대하는가 하면 조사 대상인 주제에 공동조사단 위원장 자리를 요구해 참석 기관ㆍ단체들로부터 빈축을 샀다. 민간단체의 참여는 '소통'이 강조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조사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이다. 조사 대상인 주제에 위원장 자리를 달라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경인아라뱃길 수질이 정말 잘 관리되고 있다면 공동 조사를 꺼릴 이유가 없다. 수공이 정말로 '천년의 약속'을 지키고 싶다면 신뢰성부터 회복하길 바란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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