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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건, 김민종, 김수로, 이종혁의 로스트 메모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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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은 줄로만 알았던 그 때 그 시절이 생각난 것은, SBS <신사의 품격>에서 교복 차림으로 영원한 우정을 맹세하던 네 남자의 풋풋한 학창시절을 봤을 때였다. 사랑을 사치라고 생각하는 까칠하고 도도한 도진(장동건) 오빠도 한 때는 덩크슛을 넣고 사랑하는 여자에게 달려가던 순수한 대학생(MBC <마지막 승부>)이었고, 돈과 권력을 독차지한 부인 앞에서 꼼짝 못하는 정록(이종혁) 오빠에게도 겁 없는 선도부장 시절(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이 있었더랬다. 물론 윤(김민종)이 오빠는 예나 지금이나 한 여자밖에 모르는 순정남이고, 태산(김수로) 오빠도 변함없는 의리파 마당발이다. 어느덧 40대가 된 그들의 과거를 되짚어보는 것은 판도라의 상자가 아닌 추억 상자를 열어본다는 뜻이다. 그러니 세월의 흔적에 안타까워하기 보다는 세월도 비껴간 품격에 감탄하며 오빠들의 ‘리즈’ 시절을 감상하길 바란다.


장동건, 김민종, 김수로, 이종혁의 로스트 메모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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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마지막 승부>의 윤철준 (1994)
유니폼으로도 가려지지 않던 날렵한 턱선의 소유자, 윤철준의 역전 덩크슛을 기억하는가. 한참을 골대에 매달려 있다가 경기장에 드러누워 동료들의 거친 포옹을 묵묵히 받아주던 윤철준은 피 끓는 대학생, 소녀 팬들을 몰고 다니던 청춘스타였다. 보란 듯이 한영대의 영웅이 된 후 모두가 보는 앞에서 다슬(심은하)을 와락 끌어안았던 걸 떠올려보면, 농구만큼이나 사랑에도 저돌적이었다.
MBC <의가형제>의 김수형 (1997)
김수형은 은테 안경을 뚫고 나올 듯한 레이저 눈빛으로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송곳으로 흉부를 찔러 환자를 살려낸 유능한 의사였다. 그러나 사랑 앞에서는 사과 대신 기습키스를 하고 복수를 위해 여자를 버리는 나쁜 남자였다. 그럼에도 민주(이영애)가 수형을 10년 동안 놓지 못했던 건 백 번 째려보다가 딱 한 번 희미하게 올라가는 입꼬리, 예고 없이 찡긋거리던 오른쪽 눈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MBC <이브의 모든 것>의 윤형철 (2000)
지금이야 까칠한 남자 주인공이 트렌드지만, 사랑하는 여자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곧장 달려가던 윤형철 이사야말로 백마 탄 왕자의 원조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선미(채림)를 위해 ‘다 줄거야’를 불러줄 땐 담백한 목소리에 한 번 반하고, 마이크를 부드럽게 감싸 쥔 길고 가는 손가락에 두 번 반했다. 물론 영국에서 자전거를 타던 은회색 머리의 ‘선배님’ 시절도 멋있었지만.

영화 <친구>의 한동수 (2001)
빡빡 깎은 머리가 뚜렷한 이목구비를 더 돋보이게 만든다는 사실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나 옆구리에 가방을 끼고 눈썹이 휘날리도록 시장 골목을 질주할 때도 잘생긴 얼굴이 보존된다는 건 미처 몰랐다. 심지어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 어김없이 나타나는 이마의 삼자주름에서도 빛이 났다. 하긴, 한동수는 처참히 죽어가는 순간에도 “마이 묵었다 아이가, 고마해라”며 여유를 잃지 않는 부산 사나이가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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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유 초콜릿 CF (1991)
초콜릿이 200원이던 시절, 떠나간 여자의 편지에 울부짖고 그녀의 창가가 보이는 곳에서 우두커니 눈물 흘리던 김민종의 손엔 항상 진하다는 그 초콜릿이 있었다. “이젠 영원히 내 품에 안”기라는 김민종의 눈빛이 이글거릴수록 소녀들은 초콜릿만 사면 CF 속 상대 배우 고현정이 되는 착각의 늪에 빠졌다.

KBS <느낌>의 한현 (1994)
언제나 검은 뿔테 안경을 쓴 채 공부하고 원두커피를 내려 마시는 은 한 여자에게만 따뜻했다. ‘왜 나만 잘해주냐’는 유리(우희진)에게 “아무 소리하지 말고 오빠 얘기 들어. 내 옆에라도 둬야 마음이 편할 거 같아”라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많은 소녀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한 원조 ‘차도남’. 김민종의 전성기는 이렇게 샤프한 대학생 오빠 환상을 자극하며 시작됐다.

4집 <愛>의 ‘착한 사랑’ (1998)
흰 정장 입은 김민종이 손을 하늘로 세우고 힘찬 콧소리로 ‘그대여’를 외치면, 떼 창도 시작됐다. 가수 김민종에겐 ‘귀천도애’ 표절 의혹 후 제 2의 전성기를, 음악방송 5주 연속 1위 정도는 해야 국민 가수였던 시절 팬들에게는 자존심 회복의 기회를 준 곡. 이젠 매뉴얼도 생긴 김민종 성대모사 대표곡으로 유명하다.

SBS <미스터 Q>의 이강토 (1998)
속옷회사 라라패션의 강토는 혜원(김희선)과 주리(송윤아) 사이에서 온갖 오해를 만들었지만, 혜원한테 딱따구리라고 놀리고 정작 뽀뽀 한 번도 제대로 못하는 숙맥. 알고 보면 능력 있고 야구사인 하나도 철썩 같이 알아듣는 눈치 빠른 신입사원이니, 동료와 상사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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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의 철가방 김군 (1999)
자존심은 열혈 남자의 필수조건인걸까. 김군은 “왕창 시켜”서 배달하지만 주유소 사장(박영규)에게 “야식 배달은 안 한다”는 원칙은 꼭 설토하고, 노마크(이성재) 패거리들에게 반말 수모를 설욕하기 위해 철가방 전우들을 불러 모은 사나이였다. 무대포(유오성) ‘한 놈만 패’의 희생양이 됐음에도 그가 기억에 남는 건 잠자는 철가방의 코털을 건드린 자들에게 보여준 이 호기로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꼭짓점 댄스 (2006)
윤도현 밴드가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오, 필승 코리아’를 히트시켰다면, 2006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김수로는 국민적인 응원 대형을 이끌었다. 김수로의 열정적인 강의처럼 ‘고개는 45도, 오른발만 떨고 앞으로 힘차게 찍으면’ 언제 어디서든 가능한 춤이었다. 여러 행사를 거절한 김수로 대신 ‘김슈로’가 등장하기도 했지만 역시 최고의 맛은 원조만이 살릴 수 있었다.

영화 <흡혈형사 나도열>의 나도열 (2006)
생애 첫 원톱 영화라는 점에 놀랐고, 실제 자신과 너무나도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흡혈형사를 맡았다는 것에 또 한 번 놀랐었다. 송곳니가 조금 더 자라나고 눈이 초록색으로 변하는 모습 자체로도 리얼리티는 보장될 정도였기 때문이다. 무려 루마니아 트란실바니아의 모기에게 물리고 성적으로 흥분하면 흡혈귀가 된다는 코믹 설정만큼 피범벅이 된 채 쓸쓸히 걸어가는 김수로의 뒷모습도 인상적이었다.

SBS <야심만만> (2007)
토크쇼에서 김수로는 달랐다. 읍도 아닌 ‘리(里) 총각’임을 내세웠던 김수로는 강호동, 김제동의 입담에도 밀리지 않았다. 그의 농촌 이야기를 집대성하면 4살 때 경운기를 운전한 신동이 초등학교 수업 후 과수원 소독을 쳤고 중학교 땐 한 시간에 한 번 오는 버스를 탔다는 김수로의 연대기가 완성된다. 하지만 여기서 그가 가장 강조했던 건 농촌 소년의 추억이 아니라 “과수원이 그의 것이었다”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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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의 차종훈 (2004)
선도 부장 완장 하나 차면, 두려울 것 없던 19살 종훈우유 하나 맞은 일로 미친 듯 복수를 하고 “식모 아들”이라며 우식(이정진)의 약점을 건드릴 만큼 치졸했다. 하지만 종훈의 비열함보다 이종혁의 두터운 입술과 큰 키를 눈여겨본 여성 관객에게는 그가 당시 29세에 유부남이었단 사실이야말로 잔혹사이지 않았을까.

SBS <그린 로즈>의 신현태 (2005)
드라마 악역은 웬만하면 유명해진다지만, <그린 로즈>의 현태는 급이 달랐다. 자신을 사랑한 여자를 버린 뒤 혼자 탈출하고 급기야 스토커로 모는 비열함은 기본이다. 복수의 도구로 돈가스 칼을 선택할 정도의 급박함과 잊지 못할 CG로 현태는 악역의 역사를 새로 썼고 이종혁은 자신의 인지도를 높였다. 악역 맡는 보람, 바~로 이맛아입니까.

영화 <미쓰 홍당무>의 서종철 (2008)
멀끔하게 생긴 남자의 다정(多情)은 확실히 병이 될 수 있다. “유리(황우슬혜)를 좋아하면서도 미숙(공효진)과 잔” 종철은 그의 특수문자에 속고 또 속은 미숙, 유리, 딸 종희(서우), 아내를 모두 카오스에 빠뜨렸지만 자신은 아무 것도 해결하지 못하는 무능력의 진수를 보여줬다. 그럼에도 “난 그런 적 없어요, 여보”라며 한순간에 자신을 피해자로 만든 불쌍한 표정은 어깨라도 두드려주고 싶을 만큼 압권이었다.

SBS <신사의 품격>의 이정록 (2012)
정록은 여자라면 일단 찔러보는 동물이지만, 스트리트를 소유한 여자를 아내로 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반지를 삼키면서도 “박민숙, 사랑해”라며 고백을 날리는 기행은 애교다. 불리하다 싶으면 장소 불문하고 여보, 허니, 누나를 부르는 정록의 이 죽일 놈의 능청스러움이야말로 매번 행적을 쫓아야 하지만 화사한 패션만큼 중독되지 않을 수 없는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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