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베를린 직업학교에서 간호학을 공부한 김 대표는 이후 15년간 독일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했다. 우연히 친구가 호스피스를 운영해보자고 제의를 하자 본인의 죽음이 떠오르며 암담해졌다고 했다.
동행과 동반자에는 한국ㆍ중국ㆍ일본ㆍ베트남ㆍ터키ㆍ인도ㆍ말레이시아ㆍ캄보디아 등 12개국 출신 자원봉사자 170여명이 일하고 있다. 이 중 호스피스 자원봉사 단체인 동행엔 100여명의 봉사자가 있다. 이들은 매년 50여명에 이르는 호스피스 환자를 돌본다. 호스피스 환자를 돌보는 자원봉사는 당연히 같은 국가 출신자다. 의사의 처방을 간호사와 연결해주는 역할부터 유서 등의 서류를 작성하는 일까지 모든 이들 몫이다. 김 대표는 "이민자가 치매에 걸리는 경우 80%가 독일어를 잊고 모국어만을 사용한다고 한다"며 "호스피스 자원봉사는 언어 능력과 함께 그 나라의 감정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예외도 있다. 에이즈 투병으로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한 태국 여성이 그런 경우다. 9년 전 독일인과 결혼한 태국 여성은 남편으로부터 에이즈를 옮았지만 남편에게 버려졌다. 말도 안 통하는 독일에 혼자 남은 이 여성은 같은 태국인들이 자기 상황을 아는 것이 싫어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김 대표와 태국 여성은 영어와 몸짓으로 의사소통했다. 그 여성은 죽기 전 김 대표에게 "동행해줘서 고마웠다. 인연이 있으면 다음 생에 다시 만나자"고 말했다.
"베를린에 사는 한국인은 4만5000명의 동아시아 이민자 가운데 5000명 정도에 그칩니다. 우리도 이곳에서는 소수고 다국적 이민자들과 함께 연계해서 살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베를린(독일)=이은정 기자 myba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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