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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상준 기자의 CINEMASCOPE - '아티스트'

최종수정 2012.02.09 14:06 기사입력 2012.02.0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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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상준 기자의 CINEMASCOPE - '아티스트'

[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걸작 탄생'인줄 알았다. 지난해 5월 칸 국제영화제에서 폐막작으로 첫 공개된 영화 '아티스트 The Artist' 얘기다. 근사한 디지털과 컴퓨터 그래픽은 기본이다. 3차원영상(3D)도 부족해 화면과 함께 '부르르'하는 진동과 사방에서 물을 뿌려대는 4D가 일상이 된 21세기 극장가에 흑백 화면 그것도 대사 하나 없는 무성 영화라니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남자연기상을 수상하기는 했지만 칸에서 '아티스트'에 대한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다.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 시대로 넘어가는 1920~30년대 미국 할리우드 배경의 영화가 고고하기 짝 없는 유럽 아트하우스 평론가들의 맘에 들리 없다.

태상준 기자의 CINEMASCOPE - '아티스트'
바다 건너 영국과 미국에선 사정이 달라진다. 지난해 가을부터 '아티스트'는 영화를 다루는 모든 매체와 영화비평가협회가 선정한 2011년 최고의 영화가 되었다. 그 절정은 오는 26일 개최되는 할리우드 최대 축제 미국 아카데미시상식 10개 부문 후보 지명이다. 아티스트'는 최다 11개 부문 후보에 오른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휴고'와 함께 작품상의 가장 강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중이다.
미국인들이 그토록 이 영화에 환호하는지 이해는 된다. '아티스트'는 소리가 없던 무성영화에 소리가 등장하면서 영화의 역사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몰락하는 무성 영화의 왕년의 스타 조지 발렌틴(장 뒤자르댕 분)과 유성 영화의 신세대 스타로 떠오르는 페피(베레니스 베조 분)의 이야기를 통해 보여준다. 물론 이는 무성 영화의 형식을 통해서다. 대사 없이 눈빛과 몸짓, 그리고 최소한의 자막과 사운드트랙 등 '아티스트'는 가장 감각적이고 가장 깊은 정서를 전달하는 무성 영화의 장점을 최대한 재연하려고 한다. 또한 찰리 채플린의 사무실과 '황금광시대'와 '시티라이트'의 촬영장, 무성 영화 시대의 스타 메리 픽포드와 더글라스 페어뱅크스의 저택 등 할리우드의 심장부에서 촬영이 진행되며 '아티스트'는 점차 영화가 아닌 현실이 되어간다.

독특했다. 디지털과 3D가 지배하는 세계 영화계에 '아티스트'가 충분히 자극제가 될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보는 내내 얄팍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처지가 완전히 뒤바뀌는 남녀의 이야기는 할리우드에서 이미 백만 번 정도 제작된 진부한 내러티브다.(여러 차례 리메이크된 영화 '스타 탄생 Star is Born'을 거론할 필요도 없다) 두 배우 장 뒤자르댕과 베레니스 베조의 화학 반응도 그리 매끄럽지 않으며 사운드트랙은 과하다. '아티스트'는 무성 영화의 형식적인 면을 살려내는데 그치고 있다는 판단이 든다. 결국 '아티스트'를 향한 미국에서의 떠들썩한 반응은 그네들의 천적인 프랑스 사람이 할리우드 황금기를 추억하고 찬양하는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은 아닐까.

'아티스트'의 미국 배급사는 할리우드의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이 수장으로 있는 와인스타인 컴퍼니. 그는 '셰익스피어 인 러브' '시카고' '킹스 스피치' 등 수많은 아카데미 작품상 트로피 컬렉션을 자랑한다. 올해 아카데미 결과는 이미 나왔다.
태상준 기자의 CINEMASCOPE - '아티스트'



태상준 기자 birdc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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