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기에 발주한 신조선이 잇따라 시장에 투입되고 있는데다, 각국 해운사ㆍ선주들이 고유가 시대에 기름을 많이 먹는 낡은 배를 계속 운항하는 것보다 해체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미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집계된 해체선 규모는 총 893척, 3700만DWT로 전년(2760만DWT) 수준을 훨씬 뛰어넘었다.
선종별로는 철광석, 곡물 등을 실어 나르는 벌크선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지난해 벌크선 해체량은 역대 최대인 3460만DWT로 추정된다. 이 역시 전년(1950만DWT) 대비 대폭 늘어난 규모다.
이처럼 각국 해운사ㆍ선주들이 잇따라 노후선 해체에 나선 것은 시황 침체가 장기화된데다 신조선 인도에 따른 공급과잉, 유가 상승 등이 겹친 탓으로 분석된다. 시황이 좋을 때는 노후선으로도 수익을 낼 수 있어 노후선 해체량이 줄지만, 불황이 지속되면 유지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해체량이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벌크선 시황을 나타내는 BDI(발틱운임지수)지수의 경우 전통적 성수기를 맞이했음에도 지난달 23일 기준 1738을 기록하며 손익분기점을 밑돌고 있다. 컨테이너선 운임을 나타내는 CCFI 역시 지난달 말 기준 892.79포인트로 작년 9월 1000포인트 아래로 떨어진 이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노후선 해체는 향후 해운시황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신조선 인도가 잇따르고 있어 이미 시장에 물량보다 선박이 많은 공급과잉이 두드러진 상황"이라며 "노후선 해체를 통한 수급조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선박 해체규모도 2011년에 육박하는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클락슨은 올 한해 동안 전년대비 소폭 줄어든 3960만DWT이 해체될 것으로 추정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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