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 찾은 당신의 캐릭터
펜할리곤스, '향기가 증명하는 것들'
[아시아경제 채정선 기자]
한남동 리움에 가면 맞은편에 이국적인 통창과 푸른색 색깔이 시원한 건물을 만난다. 지난 3월 오픈한 ‘라 부티크 블루(La Boutique Blue)’다. 내부에 들어가 보면, 통창으로 루이스 부르주아의 ‘마망’을 배경으로 걸고 있으니 참으로 운이 좋은 입지다. 게다가 정원을 끼고 있는 4층 옥상은 전망 좋다는 하얏트 호텔 서울에 비견한다. 분명 이 눈에 띄는 푸른 건물의 정체가 궁금했던 이들이 있었으리라.
라 부티크 블루는 스위스퍼펙션의 국내 거점이다. 스위스퍼펙션, 펜할리곤스를 구매할 수 있고, 스위스퍼펙션 스파를 이용할 수 있는 곳이다. 스위스퍼펙션 스파는 하루 최소 인원만을 예약제 운영하는 곳으로 현재 오픈 준비 중에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한쪽엔 코스메틱 브랜드 스위스퍼펙션이, 다른 한쪽에는 향수 브랜드 펜할리곤스가 진열되어 있다. 최근 국내 론칭하고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펜할리곤스는 현재 30여 가지를 들여와 소개하고 있다. 두 개 브랜드 모두 고급스러움을 지향하고 있다. 특히 펜할리곤스는 140년 역사를 지닌 향수 브랜드로 꾸준히 우아하고도 개성 있는 향수만을 만들어 보여주는 흥미로운 브랜드다.
1872년 첫 번째 향수, 하맘 부케
펜할리곤스는 1870년 런던 피카딜리(Piccadilly)의 저민 스트리트(Jermyn Street)에 윌리엄 펜할리곤(William Penhaligon)가 설립했다. 당시는 귀족들이 터키식 라이프스타일을 향유하던 때. 그는 이 터키식 스타일을 반영해 첫 번째 향수를 만들었다. 1872년에 선보인 첫 번째 향수는 ‘하맘 부케(Hammama Bouquet)’, 터키산 장미향에 자스민, 라벤더, 흰 붓꽃 향이 조화를 이루며 자극적이며 글래머러스하다.
이 우아한 향수 브랜드는 까다로운 영국 왕실에서도 인정받았다. ‘왕실 조달 허가증(Royal Warrants of Appointment)’이라는 것이 있는데, 적어도 5년 이상 왕실에 제품을 납품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한 경험이 있는 이들이 받을 수 있다. 이것은 그대로 ‘신뢰의 상징’이다. 때문에 영국은 물론, 전 세계 어느 기업들도 쉽게 받을 수 없는 영예로운 증서다.
향기는 자신의 체향으로 완성하는 것
둘러보면 재미있다. 대표적인 향수 몇 가지는 바디 오일, 로션, 파우더, 바르는 밤 형태로도 선보이고 있는데, 이것들을 동시에 ‘레이어링’해 사용 가능하다. 그러니까 같은 향이면 순차적으로 덧대어 사용할 수 있다는 것. 경험해보니 향수를 단독으로 사용했을 때보다 향이 더 깊어지는 것은 물론, 오래간다. 다양한 구성으로 같은 향을 레이어링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이러한 레이어링에 착안해 향이 없는 오일 위에 향수를 뿌리는 것으로도 향은 더 오래 지속된다. 같은 향의 오일이나 로션을 구비하지 않았어도 바디 오일과 향수에 적용할 수 있는 팁이다.
향은 각각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누가 뿌리느냐에 따라 미묘하게 다른 향을 낸다. 사람 각각이 지닌 몸의 온도와 향이 향수에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펜할리곤스 향수 담당자는 “향수를 뿌려 본 다음 자신의 향이 되기까지 몇 시간 지나도록 기다려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이렇게 자신의 미묘한 체온과 향에 어우러지는 향기를 만나면 취향과 스타일을 반영하게 된다. 누군가가 풍기는 향기에서 추측해보는 취향, 라이프스타일이 있다. 자신도 모르게 증명하는 것, 그래서 향수는 충분히 즐길만한 것이다.
향기가 증명하는 몇 가지
처음 만나는 여성이 오렌지 블로썸을 뿌렸다. 그러면 대화에 앞서 먼저 ‘저 여인은 활달함과 진중함을 동시에 지녔을까 아닐까’ 카드를 꺼내 놓을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오렌지 블로썸은 상큼함을 가장 먼저 전한다. 그러나 한편에 우아하고 품위 있는 깊이를 지니고 있다. 송혜교가 애용한다고 알려진 향기인데, 맡아보면 귀여우면서 순수함과 깊이가 공존하는 향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은 송혜교와도 잘 어울리는 것 같지 않은가.
펜할리곤스가 소개하는 향들은 모두 각각의 개성을 지닌다. 개중에는 ‘어디서도 맡아보지 못했던 향’도 있다. 마치 여태 만나보지 못한 유형의 사람 하나를 새로 소개받았을 때와 같다. 이런 식으로 향을 설명할 때, 그 향을 즐겨 사용한다는 인물의 예를 들어주면 이해하기 쉽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인물별 향을 연결해보면 어떨까. 이해하기 쉬운 향을, 글자에서 느낄 수 없는 향기를 느껴보라.
▶ 밝은 숙녀의 기운, 오렌지 블로썸
베르가못과 네롤리, 핑크 베리가 느껴진다. 무척 싱그러운데 또 다른 면에서는 기품이 느껴진다. 귀엽고 순수한 모습에 성숙함이 더해가는 송혜교를 닮았다. 실제 그녀는 이 향수를 즐겨 사용하고 있다. 펜할리곤스 향수 담당자의 말에 따르면 “송혜교 향수로 알려진 뒤, 고객이 가장 먼저 찾고, 많이 찾는 향”이라고 한다.
1976년에 만들어진 오렌지 블로썸은 풍부하고 달콤한 플로럴 계열이다. 이탈리아 칼라브리아산 오렌지, 베르가못과 버지니아산 향나무, 장미, 복숭아 꽃 향이 조화를 이룬다. 담당자는 ‘여유로운 햇살 아래 드리운 그늘을 걷는 듯한 기분’이라고 설명한다. 분명 매력적인 향이다.
· 헤드 노트: 네롤리, 바이올렛 잎, 베르가모트, 레몬-시트런
· 하트 노트: 오렌지 추출물, 이집트 산 자스민 추출물, 월하향(Tuberose absolute), 장미 원액, 복숭아 꽃, 난초(Orchid)
· 베이스 노트: 샌달우드, 버지니아산 시다(삼나무, 향나무 Virginian cedar), 화이트 머스크,
바닐라
▶ 아버지의 여행 가방, 사토리얼
처음엔 차갑다. 금속성의 향이 느껴진다. 블랙 페퍼, 생강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 향수는 양복점을 지나다 맡은 향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것이다. 그래서 오래된 양복점을 떠올렸을 때 느낄 수 있는 묵은 나무와 육중한 헝겊이 날린 먼지, 다림질 할 때의 수증기. 초크, 가위와 같은 향이 느껴진다. 어찌 보면 아련한 아버지의 옷장, 여행 가방에서 맡던 냄새 같기도 하다. 가장 최근 론칭한 제품으로 윌리엄 왕자가 즐겨 쓰는 향수기도 하다.
· 헤드 노트: 알데히드, 오조닉 효과(Ozonic Effect), 금속적인 효과(Metallic Effect), 제비꽃 잎(Violet Leaf), 네롤리(Neroli), 카르다몸(Cardamom), 블랙 페퍼(Black Pepper), 신선한 생강(Fresh Ginger)
· 하트 노트: 밀랍(Beeswax), 시클라멘(Cyclamen), 린덴 꽃(Linden Blossom), 라벤더, 가죽
· 베이스 노트: Gurgum Wood, 패출리, 몰약(Myrrh): 미르나무속 나무에서 나오는 수지, 시더우드, 통카 콩(Tonka Bean), 떡갈나무 이끼(Oakmoss), 화이트 머스크, 꿀 효과, 늙은 나무 효과, 바닐라, 엠버
▶ 이지적이고 글래머러스한 콜누비아
오렌지 꽃, 프리지아의 플로럴 향과 머스크의 오리엔탈 무드를 겸비한 향이라고 한다. 난해한데, 화려하고 글래머러스하며, 여성스럽고, 지적인 매력과 더불어 고급스럽다. 이지적인 김혜수가 떠올려지는 향이다. 처음 맡았을 땐, 우아한 실크가 느껴지는 향 같았다. 크림 같은 실크가 살을 훑고 지나는 듯 하달까. 다소 어두우면서도 화려함이 공존하는 향, ‘매력’이라고 함축할만한 많은 이미지들을 불러일으키는 향이다.
· 헤드 노트: 만다린
· 하트 노트: 프리지아, 네롤리, 오렌지 꽃, 자스민, 헬리오트로프(Heliotrope)
· 베이스 노트: 바닐라, 머스크, 우드, 엠버
▶ 사랑의 향, LP 넘버 나인 시리즈
LP 넘버 나인 포 맨 & 포 레이디즈
LP 시리즈는 원래 발렌타인데이 한정판으로 출시되었다가 반응이 좋아 정식 제품으로 출시된 향이다. ‘사랑에 빠지게 하는 향’이라는 별칭이 있는 향수기도 하다. LP 넘버 나인 포 맨은 만다린, 베르가모트 그리고 로즈 우드로 시작해 다소 묵직하다. 그러나 흔들리는 듯 여려지는 시나몬 향을 지나 역시 묵직하지만 부드러운 향으로 마무리된다. 강하지만 부드러운 것. 여성이 호감을 느낄만한 남성의 이미지에 가깝다.
LP 넘버 나인 포 레이디즈는 강렬한 향으로 출발한다. 지적이고, 부드럽지만 강단 있는 여성의 이미지. LP 넘버 나인 포 맨 & 레이디즈의 향은 ‘천일의 약속’에 등장하는 극중 김래원, 수애 모두 플로랄 노트, 스파이스, 머스크가 혼합된 강렬한 향을 지녔다. 이 이러한 향의 감흥은 SBS 천일의 약속에서 열연 중인 김래원, 수애의 캐릭터를 떠올리게 한다. 깊고, 달콤하지만 심오하고 사랑스러운 단 둘만의 이야기가 느껴진다.
▶ 댄디한 남성의 이미지, 블렌하임 부케
만들어진 지 100년이 지난 향으로 세계 최초로 만들어진 시트러스 계열 향수다. 윌리엄 왕자가 가장 좋아하는 향이라고 한다. 잘 자란 나무가 주는 깨끗하고 밝은 향, 그리고 계속 걸어가 더 깊은 숲으로 들어서는 기분. 무엇보다 이 향은 클래식 시트러스의 향수를 제대로 느낄 수 있게 한다. 기품 있으면서 지나치게 진지하지 않은 향, 국내에서 찾자면 세련된 스타일링과 매너로 대두되는 장동건이 근접하지 않을까 싶다.
· 헤드 노트: 레몬, 라임, 로즈마리, 유칼립투스(Eucalyptus)
· 하트 노트: N/H
· 베이스 노트: 소나무, 머스크, 블랙 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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