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아파트 급매물 반짝 거래..매수세 살아날까?
강남 부활?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2011년 10월18일 서울 송파구 잠실5단지 주변의 A부동산중개사무소. 한 투자자가 이날 급매물로 나온 112㎡(공급면적) 아파트 한 채를 9억8500만원에 사기로 결정했다. 이 투자자는 중도금 없이 잔금을 일시불로 지급하는 조건에 매매가격을 흥정한 결과 평균 시세보다 3500만원 정도 싸게 계약했다. A부동산중개소 사장은 "시세 하한가보다 가격을 더 낮춘 아파트는 나오는 즉시 팔린다"며 "지난주만 해도 이틀동안 이 일대 급매물 아파트 6건이 거래됐다"고 전했다.
최근 들어 서울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 일부 아파트에서 급매물 매수심리가 감지되는 등 미묘한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시세보다 2000만~3000만원 정도 낮춘 급매물이 나오면 이내 매수자가 나타나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25일 강남권 중개업소에 따르면 현재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의 시세는 10억2000만~11억원. 9억8500만~10억2000만원까지 나왔던 급매물들이 지난주 모두 소진되면서 시세가 소폭 조정됐다.
인근의 리센츠 109㎡ 로열층 급매물도 10억원 이하에 거래가 성사됐다. 이달 10억원 이하에 팔린 아파트만 7채로, 최저 거래가는 9억2000만원(14층)이었다. 이처럼 급매물이 팔리면서 현재 시세 상한가는 10억3000만원까지 오른 상태다.
잠실동 부동산중개소 관계자는 "최근 1~2주간 기존 급매물 보다도 가격을 낮춘 물건이 등장하면서 평소 관심을 갖고 있던 투자자들이 매물을 사들였다"며 "지금 형성된 급매물 보다 가격을 조금 내린 아파트가 나오면 연락을 해달라는 투자자가 꽤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 1단지도 급매물 중심의 거래가 속속 이뤄지면서 지난달 말 보다 시세가 소폭 올랐다. 현재 56㎡(전용면적)의 시세는 9억4000만~9억5000만원으로, 9월말보다 4000만원정도 상향 조정된 상태다.
개포동 부동산중개소 관계자는 "추석이후 유럽의 금융위기로 불안감이 확산됐지만 수습국면을 보이면서 거래가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며 "최근 2~3주간 거래가 부쩍 늘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강남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 시세보다 싼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는 것은 주택경기 침체가 1년 넘게 장기화되면서 집값이 2008년 금융위기 당시보다 떨어졌기 때문이다. 실례로 잠실 주공5단지 112㎡가 10억원 이하에서 팔린 것은 지난 2008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올해말 취득세 감면조치의 종료 소식도 매수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만약 10억원 짜리 아파트를 지금 산다면 2600만원 정도의 취득세를 내지만 내년에는 배를 내야 한다.
물론 부동산 업계에서는 급매물 소진 후 추가 거래가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를 아파트 값의 회복 신호로 해석하기는 무리라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최근 매수문의가 늘어나고 급매물이 조금씩 거래되고 있는 것은 맞지만 급매물 이후 추가 거래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라며 "올해 초 처럼 반짝 급매물 거래 재개 후 소강상태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저가 매수심리 조차 없었던 기존과는 다른 상황인 만큼 가격동향을 세밀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 팀장은 "매수 심리가 서서히 살아나기 시작할 무렵 유럽발 금융위기가 부각되면서 눌림목 현상이 왔다"며 "저가 매물의 출현 후 대기 수요층이 눌림목을 벗고 움직이기 시작한 만큼 향후 세밀하게 지켜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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