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절대적인 치료방법이라고 여겼던 현대의학도 한계에 부딪히게 되면서 새로운 치료방법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다름 아닌 질병의 원인과 예방을 다루는 전통의학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의학은 길게는 수천년에 걸쳐 임상적으로 우수한 치료의학으로서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해왔다. 그러나 한약 또는 한방 처방들에 대한 안전성과 과학적인 효능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이를 이용하는 국민들에게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의학은 끊임없이 근거중심의학으로서의 명확한 근거를 요구받고 있다.
한의학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는 한방의료기관에서 처방하고 있는 복용 한약들에 대한 과학적인 검증에 나서고 있다. 처방의 기원과 구성 약재 및 구성비, 각 처방에 사용되는 구성 한약의 기원, 처방 중의 지표ㆍ유효 성분의 함량 기준, 임상 및 실험 연구결과의 유효성, 위해 물질 및 독성에 관한 안전성 등에 대한 검증 마련을 위해 한방 처방을 표준화해 의약품 수준의 정보를 제공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실제로 가장 많이 처방하고 있는 대표적인 복용 한약들이자 국민건강보험 급여처방 1순위인 오적산, 한방의료기관 처방 1순위의 육미지황탕, 대표적인 보약 중 하나인 십전대보탕 등에 대한 KGLP 기준에 따른 독성 시험을 실시했다. 전탕 전후 잔류농약, 잔류 이산화황 및 중금속 등의 위해물질을 분석한 결과, 위해물질이 전탕이라는 과정을 통해 한약재 자체의 함량보다 낮거나 아예 검출되지 않았고, 대부분의 위해물질은 한약재 찌꺼기에 잔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도 더 많은 과학적 근거 제시에 대한 필요성에 따라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는 한의학이 오랜 세월 동안 성숙과 발전을 거듭하고 경험적 과정을 거치면서 독창적이고 우수한 이론체계에 근거한 의학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제 한의학은 그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해 가고 있다.
서창섭 한약EBM연구센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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