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우여곡절 끝에 제5대 국새가 모습을 드러냈다. 민홍규의 개인 도장으로 전락한 4대 국새가 국가기록원 창고로 유배된지 1년여만이다. 하지만 5대 국새 역시 논란에 휘말린 처지가 됐다. 4대 국새가 제작비리로 얼룩졌다면 5대 국새는 공정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우선 인문 모형 심사위원 5명 중 전각학회 추천을 받은 2명이 모두 당선자의 문하생으로 밝혀졌다. “응모작이 도달하기 전에 심사위원을 구성하는 등 모든 절차를 투명하게 처리했다”는 위원회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지난 2월 당선된 공모작품이 제작과정에서 변경된 점도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다. 권위와 기품을 높이기 위해 디자인 일부를 변경했다고 위원회는 설명했다. 당선작에만 의존하기에는 한계가 있는데다 원칙에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보완하자는 것이 이번 제작과정의 기본틀이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다른 공모작품이 당선됐더라도 위원회의 수정을 거쳐 결국에는 같은 모습이 됐을 가능성 높다. 이날 브리핑 자리에서 인뉴(손잡이) 당선작을 내놓은 공예가가 “당선작에만 의존하기에는…”라는 위원회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내가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라며 고성을 지른 것도 이해가 된다.


전통성을 훼손했다는 지적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권위를 높이기 위해 크기는 3대 국새보다 0.3㎝커졌고 희귀금속인 이리듐을 첨가해 내구력은 항공기 기체 수준만큼 강해졌다. 손잡이인 ‘인뉴’와 아랫부분인 ‘인문’을 분리하지 않고 제작한 첫 국새이기도 하다. 1년에 2만번 이상 사용되는 점을 감안해도 100년 이상 수명이 이어질 것이라는게 위원회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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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쯤되면 국가 전통성을 상징한다기보다 첨단기술이 집약된 상품에 가깝다. 화재로 가라앉은 숭례문의 복원작업이 모두 전통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제 행정안전부는 5대 국새 규격에 맞게 국새규정을 개정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규정에 따라 국새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국새를 놓고 규정을 정하겠다는 것이다. 앞뒤가 바뀌고 여기저기 잡음이 들린다. 자신의 작품을 폄하해 고성을 지른 공예가를 두고 위원회 관계자는 “저 사람 매스컴 타고 싶어서 저래요”라고 속삭였다. 2억원이 넘는 세금을 털어 국새를 만들었지만 이미 전통성은 제작과정에서 훼손된 듯 하다. 死대 국새나 誤대 국새나 마찬가지다.


배경환 기자 kh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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