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먹기' M&A...기업들, 포옹속셈 바뀌었다
이건희 회장도 "우수 기술 보유업체 M&A" 강조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를 계기로 특허가 글로벌 인수합병(M&A)이슈로 본격 부상했다. 과거 M&A 의 주요 목적이 시장 지배력 강화, 규모경제 실현 등의 외형적 성장이었다면 최근에는 보이지 않는 가치인 특허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해외 IT 기업들은 10여년전부터 인수합병(M&A)을 통해 특허를 확보, 글로벌 특허전쟁에 대비해 착실한 준비를 해 왔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문어발식 성장이라는 국민정서에 밀려 M&A보다는 연구개발을 통한 특허 취득에 주력하는 바람에 최근의 글로벌 특허전쟁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해외 IT 기업의 경우 이미 오래전부터 M&A를 통해 주요 특허를 확보하고 사업 영역을 늘려왔다. 대기업들이 유망 신생기업들을 눈여겨보고 있다가 인수하는 풍토가 일반적이다.
애플의 경우 지난 1997년 이후 12년간 유망 신생기업 15곳 이상을 인수해왔다. 아이폰을 개발중이던 2005년에는 핑거웍스를 인수해 멀티터치(손가락 여러개를 이용한 터치스크린 기술) 관련 특허와 기술을 확보했다. 지난 2008년에는 반도체 업체인 P.A.세미를 인수했다.
이후 애플은 아이폰, 아이팟, 아이패드 등에 사용되는 중앙처리장치(CPU)를 직접 설계하고 있다. 애플이 선보인 대부분의 신기술은 M&A를 통해 얻은 것이다.
구글 역시 마찬가지다. 인터넷 광고와 서비스, 지도 등의 특허를 가진 소프트웨어 기업들을 대거 인수해왔다. 기업을 인수할때마다 구글의 사업영역과 매출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이제는 모토로라까지 인수하며 스마트폰 제조업 진출까지 가시화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 인텔 등의 기업도 특허와 관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유망 신생기업들의 M&A에 적극 나선바 있다. 시스코의 경우 사내 벤처에서 시작해 외부 독립시킨 회사에 직접 투자까지 하고 관련 사업이 커지자 다시 M&A를 한 사례까지 있다.
반면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주요 IT 업체들의 지난 10년간 움직임은 전혀 달랐다. 유망 신생기업을 찾기보단 자체적으로 인력을 충원하고 개발에 나서는 것으로 대신했다. 삼성전자 역시 소프트웨어 기술인력을 2000명까지 늘리며 대대적인 투자에 나섰지만 급변하는 세계 IT 시장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특히 특허의 경우 가장 중요한 변화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휴대폰과 통신 관련 특허에서 자신 있다는 삼성전자도 수년전 특허전문 회사인 인터디지털에 로열티를 내야 했고 지금도 애플과 특허 소송이 진행중이다. 하드웨어 제조업의 영업이익이 계속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로열티까지 내야 한다는 점은 회사의 미래까지 걱정하게 만들고 있다.
글로벌 IT 업계의 특허전쟁이 가시화된 최근 들어서야 우리나라 기업도 적극적인 M&A를 통해 주요 특허들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소프트웨어 부문의 핵심 인력과 기술 확보 외에도 우수한 기술을 가진 업체들을 M&A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서며 작지만 강한기업 찾기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유망 신기술과 특허를 확보한 기업들을 M&A 검토 대상으로 삼을 방침"이라며 "늦었다는 지적도 있지만 충실하게 기반 기술과 인력을 확보해 나간다면 글로벌 특허 전쟁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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