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고성장' 좇는 정부에 훈수… "경제에 부담돼"
[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고성장을 추구하는 정부에 훈수를 뒀다. 단기간에 잠재성장률 이상의 성장을 좇다가는 물가와 재정건전성 모두 놓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KDI가 보는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4.3% 정도. 정부가 내놓은 올해 성장 목표는 '5% 내외'로 차이가 크다.
KDI는 19일 '국제금융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 평가' 보고서에서 2008년 이후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4.3% 내외로 어림잡았다. 세계 금융위기 이전인 2001부터 2007년 사이 잠재성장률은 4% 중반으로 위기 전후 격차는 0.2%p 남짓이다. 경제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이 생각만큼 크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6% 중반 수준이던 잠재성장률이 4% 중반까지 급락했던 1997년 환란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다.
KDI는 97년과 2008년의 위기가 다른 상흔을 남긴 데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봤다. 2008년 금융위기는 외부에서 시작된데다 국내 금융권의 건전성이 좋아 충격을 견딜만한 경제 체력이 뒷받침됐다고 설명했다.
KDI는 아울러 "잠재성장률보다 높은 수준의 경제 성장을 장기간 추구하면 물가와 재정건전성에 상당한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정부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잠재성장률은 기술적으로 달성 가능한 최대한의 성장 수준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성장 추세인만큼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게 먼저라는 얘기다.
이재준 KDI 연구위원은 "거시경제 목표를 잠재성장률 이상의 고성장에 맞추면 경제 전반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면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정해놓은 성장 목표를 맞추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이어 "단기간에 경기를 부양해 성장률을 끌어올리기보다 경제 구조를 개혁해 생산성을 높이는 등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지속적인 규제 개혁과 기업환경 개선, 노동력의 질 높이기, 기술 혁신 등을 그 방편으로 꼽았다.
이는 '5% 내외 성장, 3% 수준 물가'를 거시경제목표로 내건 정부의 입장과 거리가 있다. 정부는 지난달 물가 전망을 3% 중반 수준으로 올려잡을 것임을 시사했지만, 성장 목표는 수정할 생각이 없음을 내비쳤다. 정부는 다음 달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물가와 성장 목표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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