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지분유 가격 천정부지…중소업체 줄도산 위기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영세업체들은 이대로 다 죽으라는 말인가요? 정부에서 뭔가 해결방안을 마련해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전라북도 임실군에 위치한 유가공업체 메트로비앤에프의 정진건 사장은 최근 회사 걱정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탈지분유를 가공, 요구르트 드레싱 등의 원료를 만들어 대기업에 납품하고 있는 이곳에 구제역 여파로 인한 원유 부족 현상이 발생하면서 2차 가공품인 탈지분유 공급이 중단돼 버린 것. 이미 공장 가동률을 절반 이하로 줄인 정 대표는 이대로 가다간 조만간 회사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사상 최악의 구제역 후폭풍이 유가공업체 전반에 몰아치고 있다. 이미 업체당 10~20% 가량 원유 생산량이 줄어 3월 이후 우유 대란이 닥칠 조짐이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원유의 2차 가공품인 탈지분유의 공급이 끊겨 버린 것. 이에 따라 탈지분유를 재료로 유가공품을 만드는 제조업체의 줄도산이 우려되고 있다.
1일 낙농진흥회 통계 자료에 따르면 탈지분유 재고량은 지난해 2월 5787t에서 3월 5600t, 4월 4990t, 5월 4814t, 6월 4269t, 7월 3712t, 8월 3066t, 9월 2411t, 10월 1999t으로 줄었다. 이어 구제역이 발생한 11월 1492t에서 12월에는 938t으로 1000t 미만으로 급전직하했으며 현재는 재고가 다 소진된 상태이다.
한국유가공협회 관계자는 "사상 유래 없는 최악의 구제역으로 인해 원유생산량이 급격히 줄어 탈지 및 전지분유는 생산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면서 "이미 재고물량도 다 소진돼 탈지나 전지분유를 사용해 제품을 만드는 업체들의 운영이 악화일로에 치닫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탈지분유의 수급 불균형 문제는 지난해 4월부터 본격 시작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해 초 kg당 5700~6000원 선이던 탈지분유 시중 가격은 4월 재고량이 4000t대로 줄어들며 급격히 상승해 지난해 말 1만원을 넘겼으며 올해 들어서는 2배인 1만2000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물량이 없어 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중소 유가공업체들은 도산 위기에 처했으며 이미 문을 닫은 업체수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실제 전북 지역에서는 중소업체 2곳이 이미 도산했으며 인근 10여곳의 반 이상도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를 실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가공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전국에는 회원사 및 유가공조합, 일반유업체 등을 포함해 41곳의 유가공장이 분포돼 있다. 이 중 전북에는 4곳의 유가공장이 있으며 등록되지 않은 중소업체의 수는 이의 3배를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산술적으로만 따졌을 경우 최소 120여개가 넘는 중소업체 중 반 이상이 도산했거나 도산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사태의 심각성에 정부는 현재 탈지분유 수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시간과 돈이다. 당장 3월이면 개학과 함께 우유 급식이 시작돼 탈지분유의 공급이 완전히 끊기기 때문이다. 또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중소업체들은 수입이 되더라도 이를 구매할 자금조차 부족한 현실이라는 설명이다.
정 사장은 "도산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신제품 개발에 주력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 중"이라면서 "하지만 신제품을 개발해도 당장 시판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개학이 되면 어떻게 버텨야할 지 앞이 깜깜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정부에서는 상생하라고 말하지만 기업도 자기 발등에 불이 떨어져 남의 사정을 봐주기 어렵다고 한다"면서 "말로만 상생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영세업체들이 생존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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