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용인·중용·위임 중 가장 중요한 덕목은?"
김영수 박사에게 듣는 중국 사기를 통해 본 21세기 리더십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사마천의 사기는 대부분 리더십에 관한 이야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가운데 세 가지를 꼽는다면 먼저 덕(德)의 리더십과 변화의 리더십,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인재를 얻는 리더십입니다."
7일 휴넷이 주최하고 아시아경제신문이 후원하는 월례 CEO포럼의 강사로 나온 김영수 박사는 '중국 사기와 21세기, 사기 경영학'이란 주제로 사마천의 사기를 통해 현대의 우리가 본받을만한 리더십에 대해 말했다.
그는 "덕이 있어야 사람을 얻는 것(득인)이 가능한데, 특히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 즉 '득인심(得人心)'이 중요하다"면서 우 임금이 고사를 들어 설명했다.
치수의 중요성을 간파했던 우는 치수사업을 하는 와중에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다녔으며, 임금이 되자 궐 앞에 다섯가지의 악기를 설치해 각각의 용도에 맞게 건의를 할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예컨대 리더라면 남의 말을 경청하는 덕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더십의 두 번째 덕목인 변화와 관련해서는 한고조 유방의 사례를 들었다.
주색잡기에 능했던 건달 유방이 불과 7년 만에 중국을 통일하여 한나라를 건국해 황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변화의 리더십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리더는 제자리에 머물러서는 안되고 항상 변화하고 진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인재를 얻는 리더십과 관련해서는 제나라 환공이 한 때 자신을 죽이려 했던 관중을 재상으로 임명한 고사를 예로 들면서 “사람을 알고(지인), 좋은 사람을 데려다 쓰고(용인), 데려온 사람을 소중하게 부리고(중용), 일을 맡기는(위임) 리더는 어떤 뜻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재란 모름지기 '데려다 쓰는 존재'가 아니라 '모셔서 따라야 하는 존재'라는 생각이 중국 인재학의 기본"이라고 덧붙였다.
김 박사는 또한 중국에 대한 경계심도 피력했다. 사기를 이용한 중국의 소프트전략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
“사기는 오늘날 중국의 소프트 파워 전략에 이용되어 중국인들에게 ‘중화’의식을 부여하는 매개체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세계 최고 강대국을 지향하는 중국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동북공정 외에도 여러 형태의 국가 단위 사업을 통해 소프트파워 전략을 펼치고 있는데 한국이 직접적인 타깃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전략의 핵심에는 사기가 있다는 것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가 전하는 사기에는 이외에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았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140개 나라 중 천하를 통일하게 된 진(秦)나라의 경우 기록에 나오는 재상이 25명인데 이중 17명은 확실한 외국인이고, 나머지 8명중에서도 확실하게 진나라 출신인 인물은 단 1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 만큼 인재 등용에 있어서 개방적인 태도를 유지했는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사기에는 사회 지도층, 즉 왕과 재상의 이야기는 물론이고 오늘날 살인청부업자에 해당하는 자객에 대한 열전도 포함되어 있어 그 시대를 살아갔던 사람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 사기를 만든 사마천의 기구한 삶에 대해서도 빼놓지 않았다. 사마천은 기원전 145년에 태어나 아버지로부터 역사가의 삶을 살아갈 것을 약속하고 사기를 집필했던 중 ‘이릉’이라는 장수를 변호하다 황제의 노여움을 사 사형을 선고받는다. 하지만 사마천은 죽음보다 더한 치욕을 감수하고 남성의 성을 잃게 되는 ‘궁형’을 자청해 죽음을 면한다. 아버지와 약속한 역사서를 집필하기 위해서였는데 그 치욕의 결과 탄생한 것이 바로 사기다.
김 박사는 사기가 국가의 공식기관에서 편찬한 그 어떤 관찬 역사서보다 더 높은 권위와 가진 점을 높게 평가해야 한다며 사마천이라는 한 역사가의 열정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기는 이후 삼국지연의와 같은 책 외에도 수많은 문학작품 등에 영향을 미쳐, 중국인들의 사고 깊숙이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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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기에 담긴 춘추전국시대를 알아야 합니다. 이 기간은 수많은 나라들의 개혁의 시대였습니다. 개혁에 성공한 나라는 흥하고 실패한 나라는 망하는 과정을 거쳐 기원전 770부터 기원전 221년까지 550년간 140여개의 나라는 500번의 전쟁을 거치며 단 하나의 나라로 통일이 되었습니다. 이 기간 동안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은 인류 역사가 경험했을 모든 경우의 수를 다 겪은 셈이죠."
한편 김 박사는 국내 대표적인 사기(史記) 전문가로 2007년 EBS 방송에서 방영되었던 ‘김영수의 사기(史記)와 21세기’ 강의를 한 바 있는 재야사학자이다.
사진=송원재 기자 swi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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