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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사진속 당신··검약정신 잇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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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탄생 100년에 부치는 박용현 두산회장의 '思父曲'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고기잡이를 하던 부자의 즐거운 웃는 표정, 할아버지의 손을 꼭 잡고 있는 어린 아이.
박용현 두산 회장이 앨범에서 아버지 연강 박두병 두산 회장, 할아버지 매헌 박승직 창업주와 찍은 수십년이 지난 흑백사진을 그룹 사보 최근호에 공개했다.

박두병 회장과 찍은 사진은 1960년 경기도 퇴촌 남한강에 천렵(냇물에서 고기잡이 하는 일)을 갔던 사진이다. 지금은 하류 댐 건설로 수몰된 이 곳에서 부자는 등을 맞대고 환하게 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담았다.

박 회장은 "아버지 옆에서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는 나의 고등학교 시절 모습이 보인다"면서 "아버지가 등장한 사진이나 기록 등을 보면 미소를 찾기 힘든 근엄한 표정을 하고 계시지만, 이 사진에서 만큼은 다소 익살스러운 미소와 함께 자상한 가장으로서의 면모를 풍긴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어 "아버지께서는 매사에 엄격하신 분이었지만 집안에서만큼은 자상한 모습을 보여주셨다"면서 "여름이 되면 주말마다 온 식구를 데리고 가까운 교외로 천렵을 다니셨고, 덕분에 나 역시 신나게 고기잡이와 물놀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기억이 난다"고 전했다.

또 한 장의 사진은 6.25 전쟁 전 유치원을 다니던 어느 봄날 어린 시절 박용현 회장이 할아버지와 서울 연지동 생가에서 찍은 유일한 사진이다.

박 회장은 "한 없이 밝게 내려쬐는 봄 햇살 탓에 할아버지와 나의 찡그린 표정이 인상적이다"라며 "할아버지의 까칠한 콧수염과 부드러운 은빛 턱수염은 당신의 강직하면서도 따뜻한 성품을 말해주는 것 같다. 당시 장난기 심했던 나는 버르장머리 없이 신기해하며 잡아당기곤 했던 기억도 난다"고 전했다.

사진 속 생가는 세월이 흘러 지금은 연강재단과 두산아트센터가 있는 연강빌딩이 서 있다.

박 회장은 "나는 지금도 태어난 자리에서 연강재단 이사장으로서 일하고 있으니 태어난 고향집에서 일하고 있는 복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며 "그래서인지 지금도 생가 터인 이곳에 있으면 왠지 편안함을 느낀다"고 전했다.

박용현 회장은 박두병 회장의 6남 1녀중 4남으로 유독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박용곤ㆍ박용오(2009년 별세)ㆍ박용성ㆍ박용만 회장 등 형제들이 청년 시절부터 두산그룹에서 일한 것과 달리 박용현 회장은 의사의 길을 걸었으며, 아버지의 마지막 투병 생활을 지켜왔다. 서울대병원 원장을 마지막으로 의사 가운을 벗은 그는 2006년부터 두산그룹에 합류해 지난해 그룹 회장으로 승진했다.

특히 오는 10월 6일은 아버지 박두병 회장이 탄생한지 꼭 100년이 되는 해로 박용현 회장의 감회는 남 다르다. 성공한 경영인으로서 근검절약을 일상생활의 미덕으로 삼았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신념에 따라 두산그룹은 올해 기념식은 조촐히 치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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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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