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대한의사협회 회장의 1억원 횡령 논란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의사 사회 내부에서는 문제가 커지는 것을 우려해 조기 봉합한 상태지만, 의협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부실감사, 로비성 자금 추가의 적절성 논란 등으로 파문이 확산되는 형국이다.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는 지난 25일 총회를 열고 경만호 의협 회장 집행부가 제출한 '특수업무활동비' 2억 5000만원 편성안을 승인했다.
경만호 회장이 1년간 다양한 업무 활동에 사용하기 위한 예산으로 회장에게 '현금'으로 지급된다. 이미 정식 예산에 판공비 등 항목이 있으나 굳이 현금 뭉칫돈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좌훈정 의사협회 대변인은 "의협 회장일을 하다보면 이래저래 현금으로 나갈 부분이 많다"고만 설명했다.
하지만 이 돈이 사실상 국회의원이나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의견을 교환하는 일명 '의정(醫政)활동'에 필요한 자금이란 건 의료계 사람이면 모두가 알고 있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실제 의사협회는 과거 의정활동을 담당하는 '대한의정회'란 실체 불분명 단체를 만들어 정치인과 교류해왔다. 그러다 2007년 장동익 당시 회장이 대한의정회를 통해 '국회의원에게 돈 로비를 했다'고 발언한 게 파문을 일으켜 의정회는 폐지됐다. 당시 이 사건으로 국회 청문회가 열린 바 있으며 장 회장은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징역 1년 2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최근 불거진 경만호 회장의 1억원 횡령 파문도 의정회 폐지 후 '로비자금'을 확보하기 어렵게 되면서 생긴 사건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지난달 25일 대의원총회는 경 회장이 현금 1억원을 개인통장에 보관한 '절차상'의 문제만 지적한 채, 이 돈의 용도 등에 대해선 별다른 내부 비판이 없었다. 오히려 2억 5000만원의 특수업무활동비를 공식적으로 편성해준 것은 더 적극적인 '로비활동'을 격려한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좌훈정 대변인은 "정치인 로비를 하기에는 사실상 너무 적은 금액 아니냐"는 취지로 반박했다.
한편 의협을 감사하는 책임을 가진 보건복지부가 횡령으로 바라볼 여지가 큰 사건을 적발해 내지 못한 것도 논란이다.
복지부는 지난 3월 23일부터 3일간 대한의사협회에 대한 정기감사를 실시했으나, 현금 1억원이 개인통장에 보관된 사실 등은 발견하지 못했다. 의사협회를 사단법인으로 승인한 복지부는 3년마다 정기감사를 실시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협의 예산규모가 매우 커 세세한 자금 흐름까지 조사하지 못했다"며 "사후 지적이 제기된 만큼, 횡령이냐 아니냐를 포함해 복지부가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가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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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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