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게이머 없는 스타2 리그 열릴 판

블리자드 "한국e스포츠협회와 협상 중단, 새 파트너 찾을 것"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2) 개발사 블리자드가 한국서 운영되고 있는 e스포츠 사업과 관련해 한국e스포츠협회와 진행하던 협상을 전격 중단했다. 새 파트너를 찾기로 한 것. 벌써부터 월드사이버게임즈(WCG)를 비롯한 새 파트너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

26일 블리자드에 따르면 한국e스포츠협회와 진행하던 '스타2' 프로리그 관련 협상을 전격 중단하고 새 파트너를 찾을 계획인 것으로 밝혀졌다.

◆블리자드 "한국e스포츠협회와 협상 중단"=마이크 모하임 블리자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년동안 한국e스포츠협회와 스타2 프로리그와 관련한 협상을 진행했지만 전혀 진전이 없었다"며 "한국e스포츠협회와의 협상을 전면 중단하고 새로운 파트너를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블리자드는 한국e스포츠협회와 지적재산권 관련 분쟁을 진행중이었다. 스타2의 전작인 스타크래프트의 경우 한국에서 프로게이머들의 리그가 진행중이지만 관련 지적재산권을 보호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

블리자드가 한국e스포츠협회에 요구한 바는 자사가 만든 콘텐츠를 이용해 리그를 운영, 중개하는 것이 지적재산권의 침해이기 때문에 비용을 내야 한다는 것. 블리자드는 게임 약관에 스타크래프트 등의 콘텐츠를 이용해 게임 중계, 리그 등의 운영시 지적재산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부분을 명시한 바 있다.

한국e스포츠협회의 입장은 '적반하장'이라는 것. 스타크래프트의 시장 성장을 키운 것이 한국 e스포츠 업계인데 스타크래프트가 성공하기전에는 잠자코 있다가 프로리그로 인해 활성화되자 권리만 주장한다는 입장이다.

◆새 파트너는 어디?…WCG, e스타즈 등 물망=블리자드와 한국e스포츠협회와의 협상 중단은 업계에서 이미 예상됐던 바다. 수개월전 방한한 마이크 모하임 CEO가 국내 프로게이머들에게 스타2를 소개하려 주선했던 자리가 한국e스포츠협회에 의해 무산됐기 때문.

당시 블리자드는 한국e스포츠협회를 배제하고 프로게이머들과의 접촉을 시도했지만 한국e스포츠협회의 강한 반발로 프로게이머 구단 모두가 불참해 행사 자체가 무산됐었다.

블리자드는 현재 한국e스포츠협회를 제외한 새 파트너를 영입중이다.

블리자드 관계자는 "한국의 프로게이머로 인해 스타크래프트가 성공할 수 있었던 점에는 공감하지만 스타크래프트로 인한 공과는 제작사인 블리자드와 공평하게 나눠야 된다는게 입장"이라며 "수년째 진전이 없어 새 파트너를 찾겠다는 것이 블리자드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새 파트너 중 물망에 오를만한 곳은 블리자드와 해외 스타크래프트 토너먼트를 진행중인 WCG 등이다. 블리자드와 WCG는 함께 스타크래프트의 해외 토너먼트를 성공리에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가 사이버축제 성격으로 운영하는 e스타즈(e-Stars) 역시 블리자드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새 파트너로서의 가능성이 점쳐진다.

전국 PC방 업체들의 연합회인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역시 블리자드가 한국e스포츠협회와 협상을 중단한다면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고위관계자는 "블리자드가 한국e스포츠협회와 리그 및 토너먼트 운영 협상을 중단한다면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에도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27일 회장단 회의가 있는데 공식 안건으로 제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프로 빠진 스타2 리그 열리나=하지만 블리자드와 어디와 손을 잡는다 해도 프로게이머들의 스타2 리그 참여는 불투명하다. 한국e스포츠협회에 대부분의 프로구단이 소속돼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블리자드와 한국e스포츠협회의 협상에 진전이 있을 가능성도 크다.

게임 업계 한 관계자는 "블리자드가 협상중단이라는 배수진을 쳤지만 한국e스포츠협회가 한국 프로게이머를 대변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한국e스포츠협회 역시 최근 불거진 승부조작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한발 양보해서 블리자드와의 협상에 나설 것으로본다"고 말했다.

한편, 블리자드는 지난 주 스타2의 싱글플레이 미션들을 공개하며 주목 받고 있다. 전작을 뛰어넘는 매력적인 스토리와 총 28개에 달하는 싱글플레이 미션들이 스타2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여가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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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규 기자 a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