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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 갈아타기' 부작용..빛바랜 펀드 이동제

최종수정 2010.04.19 12:10 기사입력 2010.04.19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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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증권사 지점 직원 A씨는 펀드판매사이동제 때문에 최근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자신이 관리하는 고객 중 한명이 이달 초 3억원을 거치식펀드에 신규 가입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고객이 맡긴 펀드의 금액이 클수록 이를 관리하는 그의 실적도 올라가서다.

하지만 3억원을 맡긴 고객은 다음날 다시 그를 찾아와 다른 증권사로 펀드를 이동하겠다고 말했다. A씨는 당황했다. 3억원이라는 큰 돈이 하루만에 경쟁 증권사에 넘어간다면 그는 실적도 안 좋아지고 앞으로 내부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 A씨는 고객에게 사정사정했고 고객은 펀드 이동을 미루고 일단 발길을 돌렸다.
이후 A씨는 전화도 받지 않는 고객의 집까지 찾아가 아파트 문에 쪽지까지 남겨가며 그를 만났고 결국 펀드 이동이 아닌 해지 신청을 받아낼 수 있었다. 한참 이슈가 되고 있는 펀드이동보다는 그래도 불이익이 덜한 해지를 울며 겨자먹기로 선택하게 한 것.

A씨는 "고객이 자신과 가까운 경쟁 증권사 직원의 부탁을 받고 펀드이동제에 따른 실적을 올려주기 위해 우리 증권사를 이용한 것 같다"며 "그나마 그가 개설한 펀드가 수익률이 올라서 해지가 쉬웠지 만약에 마이너스였다면 해지는 더욱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시작한 펀드판매사이동제에 따르면 은행이나 증권사 등 판매사에서 펀드를 한 번 이동한 고객에게는 90일간 펀드판매사 이동을 금지하도록 돼있다.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판매사들이 제공하는 혜택만을 노리고 무분별하게 갈아타기하는 부작용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새로 펀드를 개설한 고객에 대해서는 펀드갈아타기에 대한 제한이 없다. 펀드를 가입한 다음날 바로 판매사를 옮길 수 있다. 일부 판매사 직원들은 이런 맹점을 활용해 실적을 높이려 시도했고 결국 A씨와 같은 피해자가 생긴 것.
이같은 사례는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다수 존재하고 있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한 증권사 직원은 "A씨와 같은 사례뿐 아니라 실적을 올리기 위해 판매사 직원 본인이 직접 다른 은행이나 증권사를 찾아가 자신의 돈을 이용해 펀드 이동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펀드판매사이동제는 애초에 판매사간 자율적인 선의의 경쟁을 통해 펀드판매수수료를 내리고 서비스를 다양화 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됐지만 취지는 사라지고 부작용만 생기고 있는 것.

심수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아직까지 판매회사들은 판매수수료 인하 등 투자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변화보다는 마케팅 강화를 통한 고객 수 증대에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 연구원은 "이런 현상이 계속될 경우 애초에 의도한 긍정적인 기대효과는 없이 과도한 마케팅 경쟁으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판매회사들은 자신들이 마련한 공동규약을 준수하는 한편 이러한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질적인 혜택이 없고 부작용만 생기자 펀드판매사이동제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고 있는 모양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제도가 실시된 지난 1월 말부터 3월 말까지 매일 200건 이상의 펀드 이동이 있었지만 4월 들어서는 100건대로 크게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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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환 기자 goldf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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