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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이 무너진 사회 교육을 다시 세우자③] "먹고 사는데 지장없어... 3.1운동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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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모르는 아이들

[아시아경제 강정규 기자] "3.1운동이 일본 식민지 지배하의 한국에 1919년 3월1일을 기해 일어난 범민족항일독립운동이라는 것을 아는 학생들이 얼마나 될까요, 역사지식이 없다보니 '삼쩜일운동'이라고 읽는 무지한 고등학생들도 있습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실제 있었다는 이 웃지 못할 일화를 말해주는 한 고등학교 역사 교사의 얼굴은 침통해보였다.
이 같은 현실은 대학 강단에서도 비일비재하다는 것이 일선 교원들의 얘기다. 공주교육대학교 초등사회과 한 교수는 "학생들의 역사적 지식이 매우 빈약해 1~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사 능력시험 급수를 취득하도록 하자는 의견이 나올 정도"라고 한탄했다.

이 대학 다른 학과의 한 교수는 "고교에서 역사를 안 배우고 온 학생들이 많아 그 지식수준을 가늠할 수 없어서 역사 외 수업을 진행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했다.

◆ 먹고 사는 데 지장 없으면 역사 안 배워도 괜찮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지난달 학생들의 고교 전 과정에서 역사를 선택과목으로 바꾸고, 과목수도 셋에서 둘로 줄이는 내용이 포함된 '2009 개정 교육과정안'을 발표했다. 학생들의 과도한 학습 부담을 줄이고 획일화된 학교 교육을 다양화한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역사교육연구회와 전국역사교사모임 등 '역사5단체'는 역사가 대학 입시에서도 선택과목이 된 상황에서 "새 교육과정안이 시행되면 학생들이 고등학교 때 역사를 단 한 시간조차 배우지 않아도 졸업이나 입시에 영향을 받지 않게 된다"며 사실상 "역사교육이 중학교 때 배운 것으로 끝나는 셈"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송상헌 역사교육연구회 회장은 "사실 역사를 안 배워도 먹고사는 데에는 큰 지장이 없다"며 "그러나 교육을 경제 혹은 실용의 논리로 접근하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송 회장은 "(장래에 역사교육을 소홀히 한 결과에 대해)누가 책임질 것인가? 돈을 잣대로 인재를 기른다면 교육이 무슨 의미냐"고 되물었다.

그는 경제의 논리에서 봐도 역사 교육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드라마 '선덕여왕'을 하나의 상품이라고 할 때, 그 콘텐츠는 바로 역사"라며 "글로벌 시대에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고 한류문화상품의 수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어려서부터 역사적 상상력을 심어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송 회장은 '역사는 정체성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여러 문화에 대한 상대성과 균형적인 시각이 요구되는 글로벌시대일수록 정체성이 확고한 인재 육성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 역사는 미래를 지향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 역사교육의 문제점과 바람직한 개선 방향은 무엇인가?

이성호 전국역사교사모임 사무국장은 그간 역사교육에 제기된 비판으로 ▲입시 위주의 암기형 교육 ▲초ㆍ중ㆍ고 교과내용의 차별성 부재 ▲국수주의 등을 제기했다.

이 사무국장은 "당시 중국ㆍ일본과의 역사분쟁이 격화되는 시점에서 위의 비판과 역사교육 강화 여론을 수용ㆍ개선한 것이 '2007 개정 교육과정'이었다"며 "하지만 그것이 온전히 시행되기도 전에 새로운 교육과정안에 의해 무산되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이 사무국장은 제대로 된 역사교육을 위해 무엇보다 역사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토론이 가능해야 하지만 우리사회 용인의 폭이 좁다고 하소연했다.

작년 근현대 역사교과서가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된 점을 떠올릴 때, 과연 학생들에게 다양한 관점을 가르칠 수 있는지 회의적이라는 것이다.

실제 전근대사 부분에서 지나친 민족주의 및 재야와 강단사학 간의 대립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으며, 근현대사에는 이념 문제로 사실 만을 가르쳐야 하는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올바른 역사교육을 위해 우리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송상헌 회장은 역사는 과거를 다루지만 미래를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나친 국수주의나 과거사 논쟁 모두 역사에 대한 과거 지향적 집착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것.

그는 또 "우리나라가 동아시아사라는 과목명 채택한 첫 나라라며, 역사교육을 통해 중국과 일본 양측을 중재하고, 현안으로 떠오른 아시아 역내 통합의 중심이 되는 미래의 주역을 기르는 데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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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규 기자 kj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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