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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지표 제대로 읽는 법은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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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정부와 언론, 전문가들은 매달·매분기 발표되는 국내총생산(GDP), 소비자물가지수(CPI) 등 경제지표들을 근거로 경기전망을 내놓는다. 이 때문에 경제지표는 앞날의 향방을 결정지을 금과옥조처럼 여겨지곤 한다. 그러나 그 이면에 숨겨진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

27일(현지시간) 미국의 투자 전문지 마켓워치는 경제에 관한 보다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선 양파 껍질을 까 볼 필요가 있다며 경제지표 내에 숨어 있는, 그러나 반드시 확인해야할 것들에 대해 소개했다. 남들이 말해주는 데로 따라갈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시각을 갖추기 위해서 꼭 필요한 정보들이다.
◆ 3개월 평균을 눈여겨보라 = 이 조언은 거의 모든 경제지표에 해당한다. 극심한 월간 변동에 현혹되지 않기 위해서는 3달의 평균치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주택착공, 내구재 주문, 소매판매 등과 같은 지표들의 월간 변동성이 특히 심한 편으로 간주된다. 변동성을 이용해 차익을 노리는 것이 아닌 이상 일반 투자자들 입장에선 변동성 뒤에 가려진 보다 근본적인 추세를 발견해 내는 일이 더 중요하다.

PNC 파이낸셜의 스튜 호프만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매달 매달은 의미가 없고 평균적인 수치가 진짜 추세가 무엇인지를 설명해준다”며 “중요한 정보는 평균일 뿐 나머지는 모두 소음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12개월 평균, 즉 연간 변화가 장기적인 추세를 설명하는데 가장 핵심적인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1년 평균은 3달 평균에 의해서만 나타나는 전환점(turning point)을 반영할 수 없다는 점에서 3개월 평균을 보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이 호프만의 지적이다.

◆ 핵심에 집중하라 = 경제지표들은 매월 일어나는 ‘특별한 요소’의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이 특별한 요소 때문에 가솔린 가격이 어떤 달은 오르고 어떤 달은 떨어진다. 또 항공기 주문이 급증했다가 그 다음 달 바로 내려앉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소비자가격, 소매판매, 내구재주문과 같은 경제지표들을 분석하는 핵심적인 방법들에 대해 논한다. 이 핵심적인 방법들은 숨어있는 진짜 추세를 알아내기 위해 일회성 요소들을 배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근육과 혈관, 힘줄 등은 빼고 오직 뼈만 보여주는 X레이와 같은 원리다.

근원 CPI가 가장 널리 알려진 예이다. 근원 CPI에선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제외하는데 이는 에너지와 식품이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이들의 월별 변동성이 너무 크기 때문. 예컨대 에너지와 식품을 포함한 CPI의 경우 지난해 4.9% 상승에서 현재 1.3% 하락로 돌아선 데 반해, 두 가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지난해 인플레이션 2.5%에서 현재 1.5%로 떨어지는 데 그쳤다.

미국 클리브랜드 연방준비제도이사(Fed)는 더 정확하게 물가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냈다. 기계적으로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배제하기보다 특정 종목 가격이 심한 변동세를 나타낼 때 이를 배재하기로 했다. 어떤 달에는 가솔린이 될 수 있고 어떤 달에는 담배, 또 어떤 달에는 닭고기가 전체 물가 산정에서 제외되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비슷한 이유로 소매판매 지표를 살필 때는 자동차와 가솔린을 제외하고 내구제 주문에선 항공기나 방위제품을 제외하고 자본설비 주문을 집중적으로 관찰한다.

◆지표에 돋보기를 들이대라=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GDP나 실업률 발표에서 최종적인 숫자, 그 하나에만 집착하지만 지표들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궁무진한 정보를 캐낼 수 있다.

매월 발표되는 고용 보고서는 부분이 전체보다 중요한 가장 대표적인 경제지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업률이 높아졌는지 떨어졌는지, 실업수당 청구가 늘었는지 줄어들었는지에 관심이 많지만 보고서를 찬찬히 훑어보면 직업 별, 산업 별 경기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또 최근 대안실업률 가운데 각광받고 있는 U6 실업률의 경우 일반 실업률(U3)과 달리 불완전고용, 즉 구직을 포기한 사람들과 근무 시간이 삭감된 사람들의 숫자까지도 측정한다는 점에서 보다 정확한 지표로 여겨진다.

GDP도 좀 더 세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 발생한 재화나 용역의 순가치를 생산면에서 집계한 이 지수는 경기상황을 한 눈에 파악하게 한다는 점에서는 장점을 가지지만 재고에 의해 왜곡될 수 있다는 맹점을 지닌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재고증가를 제외한 GDP인 최종판매를 더 정확한 지표로 보고 있다. 최종판매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생산된 이후 창고에 쌓여있는 제품은 제외하고 실제로 팔려나간 제품과 서비스만을 집계에 포함시킨다. 비슷한 이유로 최종국내판매 역시 면밀히 분석돼야 한다.

웰스파고의 존 실비아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최종 판매와 재고 사이의 격차는 훌륭한 경제지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호도되지 말 것 = 때때로 정부당국과 언론은 잘못된 정보로 투자자들을 호도하곤 한다. 마켓워치는 예컨대 주택 착공에 주의를 기울이기보다 단독주택 건축 허가 숫자를 면밀히 살피라고 조언했다. 그 이유는 주택 착공 집계가 단독주택 건축 허가 집계보다 상대적으로 부정확하기 때문이다. 또 다가구 건축 허가의 경우 월별 변동성이 심하다는 점에서 단독주택 건축 허가 관련 지표가 가장 신뢰할 만하다.

그러나 언론은 이러함 사실은 숨긴 채 필요에 따라 부정확한 경제지표들을 끌어단 쓴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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