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은행권에 또 다시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자본 부족 사태에 2차 신용경색이 찾아올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제기된 것. 최근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실적 개선으로 느긋한 모습을 보이던 유럽 은행들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재 유럽 은행권의 자본 수준이 미국과 영국 등에 비해 크게 못 미친다며 이로 인한 자본 부족 사태가 우려된다고 전했다. 유럽 은행권의 자본 부족 문제는 지난 4월 국제통화기금(IMF)에 의해 이미 예견됐다. 당시 IMF는 유럽 은행권이 건전한 신용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유자본을 3750억달러까지 늘려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유럽 은행권은 주식 발행을 통한 자본 조달이 특히 부진하다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들어 지금까지 유럽 은행들이 주식 발행을 통해 끌어 모은 자본은 116억달러로, 같은 기간 미국의 483억달러와 영국의 260억달러에 크게 못 미친다.


유럽 은행들이 주식 발행으로 자본을 마련하는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첫번째 이유지만 주식 발행의 활성화를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관련 규제도 문제다. 유럽 은행이 신주를 발행하는 데는 최소 수 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주주들의 동의를 받는 것을 포함해 발행에 필요한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이는 주가의 변동 위험까지 감수해야한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미국의 경우, 절차가 간단해 단 하루만에 주식을 발행할 수 있다. 시장 리스크 역시 낮다.

WSJ는 유럽 은행권이 미국에 비해 부실 여신에 따른 손실에 둔감하다고 지적했다. 부실 여신은 은행의 자본을 서서히 갉아먹어 결국 대출 능력의 제한을 불러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유럽 경제에 대한 낙관론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스위스 최대 은행인 크레디트 스위스와 UBS의 경우, 6월말 기준 기본자기자본비율(Tier 1)이 13∼16%대로 안정적인 편이지만 스페인의 방코 산탄데르와 BBVA, 이탈리아의 유니크레디트 등은 7%대에 머물고 있다. 이는 미국과 영국의 주요 은행들이 평균 10% 내외를 기록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사이먼 애덤슨 크레디트사이츠 애널리스트는 "유럽 은행권은 향후 몇 년간 대규모 신용손실로 인해 수익을 올리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칼-테오도르 구텐베르크 독일 경제장관이 내년 상반기 2차 신용경색 가능성을 경고한 것. 악셀 베버 독일 중앙은행 총재도 "현재 나타나고 있는 실업률과 기업 파산의 증가는 은행권에 피해를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금융 위기의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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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경제의 두 수장이 사실상 2차 신용위기의 가능성을 인정한 셈이다. 독일은 최근 호전된 경제지표를 잇따라 내놓으며 강한 경기 회복세를 보이는 터라 충격이 더욱 크다.


다만 독일 정부는 2차 신용위기가 발생하더라도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유동성 공급에는 당장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독일 정부는 현재 금융시장안정화기금(Soffin)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이는 4000억유로의 대출 보증 뿐만 아니라 700억 유로의 자금 지원까지 포함한다. 독일 정부는 신용경색 재발이 예상될 경우, 이 자금을 금융권에 풀겠다는 방침이다.

김기훈 기자 core8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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