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선순환 시동'..사모펀드의 부활

구조조정·M&A 활성화 효과 작년보다 30% 급증
금융투자사 적극 가세..87개 등록·약정액 16兆

국내 사모펀드(PEF) 시장이 부활하고 있다.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기업구조조정과 인수-합병(M&A) 건수가 크게 늘면서 연기금을 포함한 국내 금융투자회사들이 PEF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는 것.

PEF시장과 투입된 자금의 성격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 PEF들이 '기업사냥꾼' 혹은 '먹튀' 성격이 강했지만 현재는 기업구조조정을 도와주거나 저평가된 기업을 인수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긍정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PEF 규모는 지난 7월16일 기준으로 1조6229억원에 이르러 지난해 동기대비 무려 30% 가까이 급증했다. 현재 금융당국에만 등록된 PEF는 총 87개로, 출자 약정액이 16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올초 금융당국이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하겠다고 밝힌 이후 국내 자산운용사와 증권사들이 PEF시장에 본격 진입하면서 시장 규모 또한 커질 전망이다.

지난 16일 C&우방랜드 매각 우선협상자로 마이어자산운용이 선정됐으며 칸서스자산운용은 연기금 등 대형투자자 모집에 성공하면서 금호생명 우선협상자 지위로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은 국민연금이 최대 2조원까지 투자하는 구조조정펀드(메자닌ㆍ부실채권) 위탁운용사로 선정돼 처음으로 PEF 시장에 처음으로 진출하게 됐다. 하나대투증권은 하나은행 등 하나금융그룹 계열사들의 출자금 2100억원과 기타 투자 의향을 밝힌 투자자들의 출자금을 합쳐 5000억원 규모의 PEF를 오는 9월초 출범할 방침이다.

또 지난 6월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PEF가 두산그룹의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 IMM프라이빗 에쿼티 등과 함께 각각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했다. 이 SPC는 두산DST, KAI(항공우주산업), 삼화왕관 사업부문, SRS코리아 등을 인수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힘입어 미래에세셋맵스자산운용의 PEF 규모는 지난해 1조616억원에서 올해 1조4009억원으로 늘었다.

HMC투자증권도 현대차, 루터어소시에잇 등과 함께 1300억원 규모의 '오가닉 그로스 PEF' 설립을 준비 중이다. 이는 현대차 그룹내 비상장 계열사에만 집중 투자하는 PEF로 국내 유일의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영화를 앞둔 산업은행의 활약도 두드러진다. 산업은행은 민간자본을 구조조정과 기업투자에 활용하고자 '턴어라운드펀드'를 내놓았으며, KDB 턴어라운드 PEF의 투자 1호기업으로 썬스타특수정밀을 선정해 구주 인수와 신규 유상증자를 통해 경영권을 인수했다. 산업은행이 PEF는 동부메탈에 대한 실사를 마무리 짓고 본격적인 가격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밖에 굿모닝신한증권은 중국 기관투자가들의 자금으로 1000억원 규모의 PEF 설립을 추진 중이며 한화증권은 대한생명의 자금을 끌어 들어 기업구조조정 PEF를 설립,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증권 관계자는 "올초부터 금융당국에서 기업구조조정에 대해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만큼 이 시장이 향후 새로운 수익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대한생명 등과의 합의를 통해 PEF를 설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구경민 기자 kkm@asiae.co.kr
김수희 기자 suheelov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