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구체적이고 엄격한 기준 필요
정부가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범죄예방 등을 위해 흉악범의 얼굴을 공개하기로 했으나 법조계는 사실상 반대입장을 나타냈다.
17일 법무부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국무회의에서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 ▲피의자가 자백했거나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경우 ▲국민의 알권리 보장ㆍ피의자의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경우 ▲피의자가 청소년보허법 제2조제1호의 청소년에 해당하지 않는 등 4가지 사안에 모두 해당하는 흉악범은 얼굴을 공개키로 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통과됐다.
그러나 법조계는 개인의 인권 보호 등 헌법의 근본 정신을 훼손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아무리 수사기관에서 흉악범으로 보더라도 범죄에 대한 최종 결정은 법원이 한다"면서 "피의자가 진술을 번복하거나 법원에서 증거 불충분 등으로 진범이 아니라고 결정할 경우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서울중앙지법 한 판사도 "흉악범이 아무리 자백을 했고 정황 증거가 충분하더라도 그것을 근거로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근거 없는 권위"라면서 "사전에 형벌을 내리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신상공개 방침은) 정부가 뭔가 규제를 만들고 통치를 수월하게 하려는 수단의 하나라고 봐야 할 것"이라면서 "개인의 인권 보호 등 헌법의 근본 정신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흉악범 얼굴 공개는 이중처벌일 뿐 아니라,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한다"며 "대법원의 확정 판결 전까지는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것이지 국회에서 결론이 난 것은 아니다"며 "흉악범 얼굴 공개는 쉬운 문제가 아니다. 항상 범죄자는 나중에 무죄로 풀려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한 관계자 역시 "4가지 항목에 모두 해당되고 재범방지 및 추가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 해도 얼굴을 공개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면서 "흉악범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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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국 기자 inklee@asiae.co.kr
김진우 기자 bongo79@asiae.co.kr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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