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마세요. 참고인 조사 그것도 장난 아닙니다. 며칠 정말 죽을 뻔 했어요"

한 A공기업 담당자가 공기업 비리 관련 참고인 조사를 마치고 이 같은 말을 건넸다.

A공기업 시스템상 비리를 저지르기도, 은폐하기도 어려운 현실인데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두고 참고인 진술을 강요해 혼쭐이 났다는 얘기였다.

실제로 지난 26일 서울중앙지법은 서아프리카 베냉 유전개발사업을 하면서 시추비 등을 과다 지급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석유공사 김모 전 해외개발본부장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렸다. 검수를 제대로 하지 않고 시추비를 부풀렸다는 직접적 물증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난해 검찰이 집중적으로 공기업 관련 비리를 조사해 82명이나 구속 기소했지만 줄줄이 무죄판결이 나면서 무리한 검찰 수사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왜 이렇게 무리한 수사를 대검 중앙수사부까지 동원해가며 대대적으로 벌인 걸까.

검찰의 이 같은 행보가 지난해 MB정부가 중점적으로 내걸었던 공기업 개혁과 궤를 같이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공기업이 방만하고, 도덕적으로 문제가 많은 만큼 공기업들을 새롭게 뜯어고쳐야 한다는 여론을 주도하기에는 '비리' '배임' 등으로 구속하는 것만한 '쇼맨십'이 없기 때문.

물론 공기업에서 비리와 방만한 경영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법원은 지난해 말 이후 공기업 비리와 관련해 단 한 건도 유죄판결을 내리지 않았다.

결국 공기업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수사 배경에 대한 의문 증폭' 및 '신뢰도 추락'이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 온 꼴이 됐다.

어쩐지 짜여진 각본같다는 생각이 든다. 검찰도 '사법권 독립'을 외치기 전에 스스로 의지와 판단을 가지고 수사하고 있는지 한 번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고(故)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의 적절성 논란과 함께 공기업에 대한 법원의 잇따른 무죄 판결로 '벼랑 끝'에 서게 된 임채진 검찰총장이 과연 자신의 거취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자못 궁금하다.

김재은 기자 alad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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