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X마진트레이더 모임 취재기.."따는 사람이 고수"

"FX시장에는 분명 귀신이 있어요. 100핍 떨어졌을 때 손절 못하고 기다리다가 200핍, 300핍 떨어진 후에 결국 팔게 만들고 다시 당초 예상대로 움직이는 묘한 귀신이죠"

주말, 강남의 한 호프집, 비오는 날임에도 30명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실전FX마진(http://cafe.naver.com/fxtrading)'동호회 회원들이다. 모인 사람들도 이제 막 시작하는 왕초보 회원부터 해외에서 시작해 5~6년간 내공을 쌓은 선배 회원, 심지어 선물회사 FX마진트레이더까지 다양하다. 대전, 부산 등에서 원정 참가를 온 회원도 있다.

인터넷강좌를 운영하는 7년 경력의 트레이더 '스마일'을 비롯해 경제지표 스텝, 프로그램 스텝 등 까페 운영 인력도 알차다.

"날씨도 날씨지만 최근 거래에서 손해를 보신 분들이 많아 이런 모임에 나올 여유가 없어지면서 참가회원들이 적어진 편"이라며 "많을 때는 60명을 넘어 장소 잡기도 어려울 때가 있다"고 한 스텝이 귀띔했다. 요즘에는 새로 가입하는 주부 회원들도 많다고 한다.

"욕심을 적게 가지면 충분히 살아남는 시장"

부페와 와인으로 식사를 마친 회원들은 맥주, 소주가 차례로 나오자 'FX마진트레이딩'을 안주삼아 이야기를 시작한다. 처음 본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FX마진 거래 이야기에 눈빛이 반짝인다.

"내가 이것(FX마진거래)때문에 몇달새 몸무게가 12킬로나 빠졌어요. 독학 끝에 이젠 따지는 못해도 잃지는 않아요"라며 한 회원이 웃음 짓는다. 다른 회원이 "몸무게만 빠진 게 아닌데? 머리도 빠진거에요?"라고 말하자 모두 웃음을 터뜨린다.

직장을 그만두고 FX마진거래로 승부를 보겠다는 회원이 "배수진이나 다름없으니 많이 도와주세요"라며 회원들에게 인사를 한다. 암 투병후 마진 거래를 시작했지만 마진콜(증거금 부족으로 반대매매를 당하는 일)도 종종 당한다는 한 회원도 "제가 좀 공격적이에요"라며 분위기를 띄운다.

한 회원이 직장에 다니는 동시에 '자살 상담'도 하고 있다고 운을 떼자 회원들의 반응이 열렬하다. 일제히 "곧 마진콜 상담 때문에 연락 많이 갈거에요"라며 입을 모은다.

모두 웃음이 만발한 얼굴들이지만 FX마진 거래 노하우를 주고 받을 때면 사뭇 진지하다. 한 테이블에서는 채팅방에서 초보 회원들의 투자 마인드를 바로잡아 준다는 동호회의 고수 투자자에게 한 수 배우는 자리도 마련된다.

그는 "여유로운 마음이 중요해요. 조급하다고 되는 일이 아니야. 나는 주로 자전거를 타면서 건강관리를 하고 있어요. 올빼미가 돼야 거래를 하지만 마진트레이더들은 잘못하면 건강을 망치기 쉬워요"라고 강조한다.

유럽장, 뉴욕장 등 해외 FX시장이 24시간 열려있다보니 자칫 낮밤이 바뀌기 일쑤인 트레이더들에 가장 중요한 점은 건강이다. 아울러 "욕심을 적게 가지면 충분히 살아남는 시장"이라며 격려도 아끼지 않는다.

"FX시장에는 버는 사람이 고수"

우리나라에서 FX마진트레이딩이 최근 주목을 받으면서 FX세미나가 많이 열리고 있지만 대부분의 회원들은 증거금을 까먹으면서 배운 고수들이다. 많게는 억대에 이르는 수업료를 지불한 만큼 FX거래에 있어서 만큼은 자기만의 원칙들이 있다.

"모투(모의투자)에서 좀 해보니까 수익이 좋을 때가 많아요. 그런데 준비없이 실전에 덤볐다가는 낭패보기 십상이에요."라며 한 회원이 강조한다. 2시간도 채 안돼 2만불 벌고 '천국'을 누렸다가 순식간에 마진콜이라는 '지옥'을 맛볼 수도 있는 시장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회원은 "그래프가 오르기 시작할 때 모투에서 한 번 찍어보는 것도 좋다"며 "잘 들어가지면 거래를 시작하지 말고 참아야 해"라며 투자의 노하우를 전한다.

선물회사 마진거래용 시스템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한 회원은 "우리나라 선물사 프로그램들은 아직 미흡한 것이 사실"이라며 "그래프가 추세를 타기 시작했는데 주문을 체결하면 얼토당토 않은 가격에 체결이 돼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아마 100번 눌렀다가는 전부 체결될지도 몰라요"라며 뼈 있는 농담도 오간다. 외국 회사 프로그램의 경우 주문을 입력하면 체결 여부를 확인하는 메시지가 뜨는데 이 역시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FX마진거래 회사의 한 트레이더는 "이 시장에서는 오래 했다고 해서 고수가 아니에요. 왕초보라 하더라도 버는 사람이 고수인 거죠"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실전에서 부딪히며 배운 선배의 경험은 초보 투자자들에게는 값진 조언이다. 마진콜에 대한 공포와 진입에 대한 걱정을 한결 덜어주기 때문이다.

때마침 한 스텝이 자리로 오자 한 회원이 외친다. "시그널 좀 주세요"

대답이 즉각 날아온다. "다음주는 무조건 파인(파운드엔)입니다, 역헤드앤숄더에요"

정선영 기자 sigum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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