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상장법인의 사외이사가 중도에 물러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외이사는 해당 기업 경영진을 '감시하는 눈'으로 임기 중간 물러난다는 것은 감시 기능의 퇴보를 의미할 수 있다.
특히 구체적 사유를 밝히지 않은 채 단순한 '일신상의 사유'로 인한 중도 퇴임 공시는 투자자들을 오히려 혼란에 빠뜨리기 충분하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들어 사외이사 중도 퇴임을 알린 상장법인은 유가증권과 코스닥 시장을 합쳐 총 27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8개 업체에 비해 9곳이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에 이어 사외이사의 중도 퇴임이 급증 추세를 보이는 것은 코스닥 시장에 매물이 넘쳐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인수ㆍ합병(M&A) 과정에서 최대주주가 바뀌거나 대표이사가 변경되면서 기존 사외이사는 설 자리를 잃게 되는 셈. 사외이사 입장에선 부실 기업이 정리되는 과정에서 명예를 실추하지 않기 위해 자진 사퇴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코스닥 A업체 관계자는 "사외이사의 중도 퇴임 전후로 주주총회 일정이 있으면 대부분 경영권 양수도 계약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며 "경영권을 넘기기 위한 과정으로 양수도 계약에 앞서 사외이사를 물러나게 하는 경우가 있다"고 귀띔했다.
오디코프는 지난 20일 주주총회를 통해 이순형ㆍ염나영 씨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기존 사외이사 자리에 있던 최수영 씨는 회사의 경영권이 박영배 씨로 양도되는 과정에서 중도 퇴임했다. 회사 측은 "지난해 말 경영권 양수도 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기존 사외이사 및 경영진들이 모두 물러가고 이번 주총에서 새로운 사람이 선임된 것"이라며 "같은 이유로 사업 목적도 새롭게 추가 했다"고 전했다.
위고글로벌도 기업의 경영권이 넘어가면서 기존 사외이사가 중도 사임한 경우다. 위고글로벌은 한철우 씨로 대표이사가 변경되면서 지난 6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이사진을 신규 선임하고 사업목적도 조정했다. 회사 관계자는 "전 사외이사의 퇴임이 회사의 강압이 아닌 자진 사임이지만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이 바뀌다 보니 아무래도 이에 대한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경영권이 넘어가면서 물갈이 되는 사외이사가 많은 것은 아직 우리나라에 사외이사 제도가 미흡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사외이사 제도에 대해 과도기적 모습을 보이고 있어 사외이사의 독립성, 전문성이 부족한게 가장 큰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사외이사의 독립성, 전문성을 보장해야 하지만 경영자의 입김이 센 한국 사회에서는 자기 사람으로 사외이사를 두는 경우가 많다"며 "경영권 양수도 계약에 따라 사외이사의 중도 퇴임이 잦은 결정적 이유"라고 설명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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