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신용등급 'A' 퍼주기
신평사 후한 점수에 인플레 심각
-기업 70% 해당..과대포장 논란
-금감원, 대응 나섰지만 답보상태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제시하는 회사채 신용등급의 인플레이션 현상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내외 경기 악화와 웅진사태 발생 등으로 회사채 시장 경색이 심화되고 있지만, 신평사들이 제시하는 등급은 여전히 지나치게 긍정적이라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이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추가적인 시장 경색을 우려해 주효한 대책은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13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회사채 등급을 보유한 398개 업체 가운데 300개 기업이 A등급 이상에 분포해있다. 전체 평가 기업의 75%다. 나이스신용평가의 등급분포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365개 업체 가운데 259개로 A등급이 71% 수준이다.
4개 기업 중 3개가 A등급 이상을 받다보니, A등급에 대한 신용문제와 A등급 이하 회사채의 차환발행에 문제에 어려움이 있다. 이는 이미 감독당국도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권혁세 금감원장은 최근 회사채 시장 경색 문제를 언급하면서 "국내외 경기와 웅진사태에 영향 뿐 아니라 회사채의 신용등급이 선진국에 비해 과대 포장된 측면에 따른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지적한 바 있다.
금감원은 국내 신용평가 시장 자체가 과점체제를 형성하고 있고, 대부분이 발행사들의 영향력에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에 대해 대응책 마련에 나선 상태다. 지난해부터 신용평가 선진화방안 태스크포스(TF) 팀을 구성, 신용평가 관련 규제를 신용정보법에서 자본시장법으로 이관하고 감독규정에 있어서의 법규성을 높이는 방안 등을 추진해왔다.
지난달에는 공시관련 모범규준을 발표해 일명 '신용등급 쇼핑' 근절 대책을 내놨다. '신용등급 쇼핑'이란 기업들이 회사채를 발행할 때 신평사와 사전에 접촉해 등급을 보다 높게 평가한 신평사를 선택하는 업계 관행을 말한다. 관련 모범규준은 내년 2월부터 업무에 반영된다.
그러나 등급 인플레 방지가 기대되는 '독자신용등급' 도입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 '독자신용등급'은 모회사 등 외부의 지원 가능성을 배제하고 독립적인 자체 경영여건만을 배경으로 신용등급을 평가한 결과를 말한다. 금융당국은 올 초부터 도입을 추진한 바 있지만, 현재 답보상태다.
금감원 관계자는 "준비기간을 거쳐서 시행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특히 최근에는 기업 상황이나 시장이 어렵기 때문에 무리한 제도도입이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기업 워크아웃 소식 때마다 도마에 오르는 신평사들의 '뒷북 조정' 문제도 해결되기 어려워 보인다. 신평사들은 7월 삼환기업의 워크아웃 소식이 전해진 이후에야 회사채 신용등급을 하향했고, 9월에는 웅진홀딩스의 법정관리 이후에야 회사채 신용등급을 낮췄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후등급 조정은 글로벌 유수의 회사들도 지적받고 있는 사항"이라면서 "이에 대한 규제나 처벌보다는 당초 신평사들이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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