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내 성과내라"··· 김석동 지시에 금융위 긴장
금융위 분리·해체 압박에 위상 지키기 나선 듯
금융감독기구 쌍봉체제에 찬성.. 금감원과 의견 달라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대선주자들이 잇달아 금융감독체제 개편을 언급하고 있는 가운데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내부 구성원들에게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어 배경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8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최근 일부 국장 및 과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중장기 성과 보다는 단기적으로 실적을 낼 수 있는 쪽에 우선 집중하라"면서 "어떤 일이든 3개월 이내 결과물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당장 성과를 낼 수 있는 인력은 많다"고도 언급해 조직 구성원들을 바짝 긴장케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업무를 직원들에게 자율적으로 맡기는 평소 스타일을 감안하면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이례적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최근 정치권의 움직임과 연관 지어 금융위의 위상을 지키려는 의도로 봐야 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금융감독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성과를 통해 금융위의 역할을 대외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최근 잇달아 금융감독 개편을 주제로 한 학술행사에 참석해 '금융위 존속'에 대한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7일에는 한국경제학회 주최 심포지엄에 나와 "우리나라는 역사가 5000년이나 됐는데 부처는 5년마다 바뀐다"면서 "바꾸는 게 능사는 아니다"고 말했다.
축사에서는 "미국 재무부는 1789년 설립돼 223년째 이어오고 있다"며 "변화와 혁신만큼이나 역사와 전통이 소중하게 보존되는 미국의 모습은 정권 교체기마다 금융행정체계를 개편해 온 우리나라와는 사뭇 대조되는 모습"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여의도 청사 시절에는 볼 수 없는 대형 표지석을 광화문 청사 앞에 세우기도 했다.
특히 금융감독원이 감독체제 개편에 대해 금융위와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는 점도 김 위원장을 '독기' 품게 만든 요인으로 꼽힌다.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김 위원장과 견해가 다르다. 권 원장은 금감원을 '금융회사 건전성 감독'과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으로 이원화하는 소위 '쌍봉형(Twin peak)체제'에 대해서는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그는 "감독원을 하나 더 만들면 연간 2000억원이 추가로 들어가게 된다"며 "이 비용은 결국 소비자와 금융회사가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금감원 분리와 관련해 "금융회사 건전성 검사를 책임지는 기관에서 금융소비자 보호 관련된 일선 업무를 담당함으로써 소비자보호가 상대적으로 소홀히 취급될 수밖에 없다"면서 "금융소비자 보호기능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찬성 입장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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