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국 110여 갤러리 참여
개막 3시간 입장객 전년 대비 30% 증가
라이트하우스·디파인 앞세워 전시형 페어 실험

128억원짜리 작품은 가격표보다 먼저 사람을 멈춰 세웠다. 21일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VIP 프리뷰로 문을 연 아트부산 2026에서 가나아트가 내건 요시토모 나라의 작품 앞에는 개막 초반부터 관람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거래를 당장 기대하는 작품이라기보다, 올해 페어의 첫 장면을 만드는 작품에 가까웠다. 침체된 미술시장 속에서 아트부산은 '무엇을 팔 것인가'만큼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를 묻는 페어로 문을 열었다.


아트부산 2026 프리뷰를 찾은 관람객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김희윤 기자

아트부산 2026 프리뷰를 찾은 관람객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김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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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5회를 맞은 아트부산에는 18개국 110여 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해외 갤러리는 26곳, 전체의 24% 수준이다. 신규 참가 갤러리도 약 30%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서울에서는 신생 하이브아트페어가 열렸다. 컬렉터와 갤러리의 동선이 서울과 부산으로 나뉜 상황에서 아트부산은 규모 경쟁보다 부스의 밀도와 도시 전체의 예술 경험을 앞세웠다. 개막 3시간 기준 VIP 프리뷰 입장객은 1500명으로, 전년보다 30% 늘었다.

초반 흡인력은 대형 갤러리들이 만들었다. 국제갤러리는 줄리안 오피 솔로 부스로 나왔다. 2023년 국제갤러리 부산점 개인전 이후 3년 만에 부산에서 선보이는 오피의 신작과 근작들은 회화와 조각, 도시 표지판 사이를 오갔다. 글래드스톤은 우고 론디노네, 알렉스 카츠, 피터 사울, 데이비드 살레 등을 앞세웠다. 동심원 색채가 잔상을 남기는 론디노네의 회화와 원색의 긴장감이 강한 피터 사울의 화면은 같은 흰 벽 안에서도 서로 다른 속도로 시선을 붙잡았다. 화이트스톤, 탕컨템포러리, 조현화랑, 리안갤러리, 갤러리바톤, 우손갤러리 등도 회화와 조각, 설치를 섞어 부스의 밀도를 높였다.


아트부산 2026 프리뷰를 찾은 관람객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김희윤 기자

아트부산 2026 프리뷰를 찾은 관람객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김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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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변화는 작품보다 부스를 먼저 보게 만드는 구성이다. 올해 아트부산은 갤러리 부스를 전시 공간처럼 재구성하는 '라이트하우스', 디자인과 미술의 경계를 다루는 '디파인'을 전면에 내세웠다. 김은주의 21m 대형작, 서용선의 단독 전시 성격의 부스, 줄리안 오피 솔로 부스처럼 페어 안에서 하나의 전시적 경험을 만드는 방식이 늘었다.

작품 거래만으로는 관람객을 오래 붙들기 어려운 시장에서, 올해 페어의 경쟁은 가격표와 작가명뿐 아니라 부스가 얼마나 하나의 전시처럼 작동하는가로 옮겨갔다.

가나아트는 요시토모 나라의 잭품을 선보였다. 128억 작품으로 관람객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김희윤 기자

가나아트는 요시토모 나라의 잭품을 선보였다. 128억 작품으로 관람객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김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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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페이지갤러리의 정구호 '백동(白銅)' 시리즈는 그 변화를 보여주는 부스였다. 작품 가격은 크기에 따라 7000만~9000만원 선이다. 전통 반닫이의 금속 장식을 투명 아크릴 구조 안에 재해석한 작업으로, 아크릴 전문가와 금속 장인이 협업해 완성했다. 기포 없이 투명도를 구현한 제작 방식이 특징이다. 쓰임이 빠진 자리에 구조와 빛, 비어 있는 내부가 남았다. 반닫이는 더 이상 문을 여닫는 가구가 아니라, 빛을 통과시키는 조각으로 서 있었다.


디자인과 공예를 끌어안은 부스들도 이 흐름을 받쳤다. 갤러리 채율은 자개와 옻칠, 은칠보, 모듈 가구 협업작을 함께 놓고 전통 공예를 라이프스타일 오브제로 확장했다. 갤러리조은은 전광영, 정영환, 이재현, 백윤조 등을 함께 배치해 고가 화제작 중심의 페어장 안에 색과 질감의 층을 더했다. 이들 부스는 페어장의 속도를 잠시 늦추는 역할을 했다. 작품을 빠르게 훑고 지나가는 대신, 재료와 표면을 가까이 들여다보게 만들었다.

국제갤러리는 아트부산 2026에 줄리언 오피 작품을 선보였다. 김희윤 기자

국제갤러리는 아트부산 2026에 줄리언 오피 작품을 선보였다. 김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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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부산은 개막 첫날부터 관람객 수로도 초반 분위기를 확인했다. 이날 VIP 프리뷰 개막 3시간 기준 입장객은 1500명으로, 전년보다 30%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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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부산 관계자는 "올해는 작품 판매뿐 아니라 부스별 전시 완성도와 컬렉터 동선, 도시 연계 프로그램까지 함께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15회를 맞은 아트부산이 부산을 기반으로 아시아 미술시장의 교류 플랫폼으로 확장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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