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와 함께 7월 개막 '베니스의 상인' 출연
"건강 예전만 못하지만 연극이 가장 즐거워"

배우 박근형은 1959년 중앙대학교 재학 시절 연극 '베니스의 상인'에서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으로 출연했다. 극작가 이근삼은 당시 박근형의 연기를 보고 '큰 수확'이라고 극찬했다.


박근형이 67년 만에 다시 샤일록 역을 맡아 오는 7월8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개막하는 연극 베니스의 상인 무대에 선다. 박근형은 12일 서울 종로구 NOL서경스퀘어에서 열린 베니스의 상인 제작발표회에서 60년이 훌쩍 넘는 시간이 축적된 만큼 진정한 배우로서 샤일록이라는 '사람'을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젊었을 때는 샤일록을 아주 천진난만하게 표현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진정한 배우이자 예술가로서 이 인물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집중하고 있다. 그때보다는 조금 더 원숙한 샤일록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자신 있게 무대에 설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배우 신구(오른쪽)와 박근형이 12일 서울 종로구 NOL서경스퀘어에서 열린 연극 '베니스의 상인' 제작발표회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배우 신구(오른쪽)와 박근형이 12일 서울 종로구 NOL서경스퀘어에서 열린 연극 '베니스의 상인' 제작발표회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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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형과 함께 오랫동안 연극 무대를 지켜온 배우 신구도 이번 작품에 출연한다. 신구는 재판관 역을 맡았다. 그는 1936년생으로 올해 아흔이 됐다. 최근 연극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지만 건강은 예전만 못하다.


신구는 "나이가 들어 이제는 내 몸도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며 "그래도 연극 연습하고 공연하는 시간이 가장 즐겁고 보람 있다. 또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계속 무대에 서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은 과거 국립극단 단원으로 활동했던 두 사람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는 장소다. 국립극장은 1973년 신축 건물을 완공하면서 명동예술극장에서 현재의 장충동으로 이전했다. 신구는 1973년 10월 장충동 국립극장 개관 기념작 '성웅 이순신'에 출연했다. 당시는 국립극단이 국립극장 산하단체로 있던 때였다. 국립극단은 2010년 재단법인화하면서 국립극장에서 분리됐다.


신구는 "국립극장이 명동예술극장에서 신축한 남산 장충동 건물로 옮긴 뒤 첫 작품으로 '(성웅) 이순신' 장군을 공연했던 때가 생각난다"며 해오름극장 공연을 앞둔 심정을 '새삼스럽다'고 표현했다.


그는 "해오름극장이 너무 커서 연극을 하기는 마땅치 않다"며 "1만여석을 다 채우려면 30일 공연에 3만명이 와야 하는데, 한편으로 서울이 1000만 도시라는 점을 생각하면 3만명을 동원하지 못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어서 어떻게든 만석을 채우려고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박근형은 극단 '사조'에서 활동할 때 '허생전'을 국립극장에서 공연했다고 말했다.


"극장이 너무 커서 한쪽 구석에서 공연하는 느낌이었다. 지금은 리모델링해서 조금 낫긴 한데 그렇게 큰 극장에서 연극 공연하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다. 다만 큰 극장에서 연극을 하면서 우리 연극도 상업극으로 가는 길목에 들어선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 연극도 발전해서 진정한 의미의 상업극이 나와야 한다는 생각은 갖고 있다. 그래서 '베니스의 상인'이 상업극으로 가는 길목의 첫 번째 발걸음이라고 생각하고 완성도 높은 연극을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베니스의 상인은 셰익스피어의 대표 희극이다. 하지만 오경택 연출은 "현대에 와서는 희극이라기보다는 문제극으로 분류한다"며 "희극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사실은 그 안에 비극적인 내용이 매우 많다"고 말했다. 오 연출은 특히 박근형이 맡은 샤일록은 해석의 여지가 매우 많은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샤일록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차별과 혐오를 겪어왔고, 그 복수심 때문에 안토니오의 생명을 빼앗으려 한다. 그 행위 자체는 분명 잔인하고 폭력적이다. 그래서 오랫동안 샤일록은 선악의 이분법 속에서 악인으로 규정돼 왔다. 하지만 오늘날의 관점에서는 유대인으로 태어난 것이 그의 선택이 아니었다는 점, 그리고 그런 이유로 차별과 박해를 받아온 인물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오 연출은 샤일록이 잘못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판결을 통해 재산을 몰수당하고 개종을 강요당하는 것도 상당히 폭력적인 행위라고 밝혔다.


오 연출은 결론적으로 "샤일록은 피해자이자 가해자"라며 인간이라면 누구나 샤일록처럼 양면성을 가진 존재라고 강조했다.


"인간을 선과 악으로 단순하게 나눌 수는 없다. 어떤 상황에 놓이느냐,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 작품을 통해 선택적 공정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모든 인물은 이중성을 지니고 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복잡한 인물들이다. 인간은 다양한 욕망을 갖고 있고, 그만큼 많은 갈등을 겪는 존재들이고, 그런 다양한 군상들이 베니스의 상인 작품 안에 담겨있다."

오는 7월8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개막하는 연극 '베니스의 상인' 출연진들이 12일 서울 종로구 NOL 서경스퀘어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오는 7월8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개막하는 연극 '베니스의 상인' 출연진들이 12일 서울 종로구 NOL 서경스퀘어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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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택 연출은 샤일록의 양면적인 모습을 부각하기 위해 직접 각색도 했다고 밝혔다.


"원작의 흐름과 본질을 고스란히 유지하면서 약간의 각색을 가미했다. 샤일록이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유와 동기를 강화했다. 그래서 다른 공연이나 영화에서 보던 샤일록보다 훨씬 더 공감할 수 있고, 연민도 느껴지는 인간적인 샤일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연출은 베니스의 상인을 "희극으로 시작해 비극의 질문으로 끝나는 법정극"이라고 규정하며 "돈과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이야기로 시작해서 자비와 정의는 무엇인가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위대한 작품을 최선을 다해 열심히 만들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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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의 상인은 오는 7월8일부터 8월9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신구와 박근형 외에 이승주, 카이, 최수영, 원진아, 이상윤, 김슬기, 김아영, 박명훈, 조달환 등이 출연한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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