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Stage]탄광마을 소년도 76세 노인도…발끝에서 꿈이 핀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창작가무극 '나빌레라'
발레 소재로 꿈과 삶의 가치 전해
영국의 탄광 마을 소년 빌리 엘리어트에게도, 공무원 생활을 마친 한국의 76세 노인 심덕출에게도 발레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였다. 발레가 곧 꿈이자 삶 자체이기 때문이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와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나빌레라'는 발레를 소재로 인간이 끝까지 붙잡아야 할 꿈과 삶의 가치를 이야기한다.
발레는 흔히 중력을 거스르는 예술로 불린다. 발레 무용수는 힘차게 도약하되, 마치 허공에서 멈춰선 듯 우아한 몸짓을 표현한 뒤 더할 나위 없이 가볍게 착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력이 느껴지지 않는듯한 움직임을 표현하려면 근육을 단단하게 단련해야 한다. 끊임없이 몸을 단련하며 중력에 도전하는 무용수의 노력은 거듭되는 시련에 맞서며 완성해가는 우리의 삶과 닮았다. 빌리 엘리어트와 나빌레라는 발레라는 꿈을 향해 나아가는 소년과 노인의 이야기를 통해 삶의 무게를 견디며 비상하려는 우리 삶의 모습을 진솔하게 그린다.
빌리 엘리어트는 2000년 개봉한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영국 팝의 거장 엘튼 존이 영화 메가폰을 잡았던 스티븐 달드리에게 뮤지컬 제작을 제안해 2005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초연이 이뤄졌다. 달드리가 연출하고, 엘튼 존이 음악을 맡았다. 2008년 브로드웨이에 진출했고 이듬해 토니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다.
고(故) 마거릿 대처 총리가 신자유주의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였던 1980년대 영국 북부 탄광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당시 정부는 효율성을 명분으로 광산 민영화와 폐쇄를 단행했다. 탄광 마을 주민들은 연대해 생존을 건 파업에 나서지만 시간이 갈수록 지쳐간다. 결국 정부의 민영화에 굴복하지만 발레 무용수가 되려는 빌리의 꿈을 지켜주기 위해 한마음으로 나선다. 파업 와중에도 십시일반 돈을 모아 빌리가 런던의 발레 학교에 입학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작품은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공동체의 연대와 공동체가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를 묻는다.
극으로서 빌리 엘리어트의 가장 큰 즐거움은 주인공 빌리 역을 맡은 어린 배우들이 선보이는 폭발적인 에너지다. 빌리 역 주인공들은 만 8~12세, 키 150㎝ 이하, 변성기가 오지 않고 춤에 능해야 한다는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해야 한다. 2024년 9월 시작된 오디션에는 전국에서 240여명이 지원했고 평균 연령 11.5세의 빌리 4명이 선발됐다. 이들은 1년여간 하루 6시간, 매주 6일간 연습 과정을 거쳐 발레, 탭댄스, 아크로바틱 등을 배웠고, 무대 위에서 기량을 마음껏 펼쳐 보인다. 특히 1막에서 빌리가 친구 마이클과 함께 탭댄스를 추는 장면과 빌리가 발레 때문에 아버지와 싸운 뒤 분노를 표현하는 1막 마지막의 '앵그리 댄스', 어린 빌리와 성인 빌리가 파드 되(2인무)를 춘 뒤, 어린 빌리가 성인 빌리의 도움으로 와이어에 매달려 무대를 날아오르는 2막 후반의 '드림 발레' 장면은 환상적이다.
나빌레라는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작품은 76세 심덕출과 한때 발레 유망주였지만 부상 이후 방황하는 청년 이채록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심덕출은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러시아에서 발레를 보고 강한 인상을 받는다.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어 모든 일을 깜빡깜빡하지만 발레에 대한 어린 시절의 기억만큼은 또렷하게 간직하고 있다. 발레를 배우겠다고 하자 가족 중 일부는 격렬하게 반대하지만 덕출은 뜻을 굽히지 않는다. 발레학원에서는 골칫덩어리인 채록에게 덕출의 발레 강습을 맡긴다. 덕출과 채록은 처음에는 티격태격하지만 점점 채록이 덕출을 이해하면서 덕출은 발레리노의 꿈을 이루게 된다.
어떻게 보면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한 서사일 수 있지만 삶의 지혜를 건네는 듯 다듬어진 대사들이 작품의 깊이와 매력을 한층 풍성하게 해준다.
특히 덕출이 채록에게, 또 가족들과 나누는 대화는 삶의 태도와 관련해 적지 않은 울림을 준다. 극은 결국 서로를 의지하게 되는 덕출과 채록이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파드 되로 마무리된다. 이에 앞서 덕출과 아내 분이가 서로를 이해하며 손을 맞잡고 같이 발을 맞추는 장면도 여느 발레 공연의 파드되 못지않은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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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의 호수', '지젤', '호두까기 인형', '로미오와 줄리엣', '볼레로' 등 유명 발레ㆍ클래식 음악을 즐기며 짧게나마 발레 공연을 볼 수 있다는 점도 나빌레라의 매력이다. 공연에는 실제 발레 무용수 10명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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