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혼돈의 공정거래 수사, '끝'은 누가 책임지나
전속고발권 폐지·수사권 재편 논의
공정거래 수사 본질은 '끝까지 입증'
행정조사만으론 형사재판 입증 한계
공정위 전문분석·검찰 보완수사 공조 유지해야
"공정거래위원회 행정조사는 상대방의 동의를 전제로 하는 '임의조사'라 기업들이 작정하고 자료를 은폐·폐기하면 증거를 수집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한계가 뚜렷합니다."
공정거래 사건 전문 변호사부터 검찰, 공정위 출신까지 이해관계는 엇갈리지만 모두 고개를 끄덕이는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정치권과 사정기관이 벌이는 공정거래 수사권 조정 논의를 보고 있으면 이 현장의 목소리와는 동떨어져 있다. 논의는 철저히 '누가 수사를 시작할 것인가'에만 매몰됐다. 정작 가장 중요한 '누가 형사사건을 끝까지 완성해 법정에서 유죄를 받아낼 것인가'라는 본질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공정거래 범죄는 일반 형사사건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공정위는 시장 구조와 경쟁 제한성을 따져 법인 차원의 위법을 가린다. 반면 형사재판에선 누가 주도했고, 어느 선까지 보고 및 승인이 이뤄졌는지까지 입증해 빈칸을 메워야 한다.
사법적 통제 훈련이 덜 된 행정기관이나 고도의 경제 사건 전문성이 부족한 수사기관의 1차 조사만으로는 이 복잡한 구조를 완벽히 입증하기 어렵다. 그래서 강제수사와 포렌식, 관련자 진술 분석을 통해 개인의 책임과 의사결정 라인을 복원하는 '보완수사'가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이 과정이 빠지면 치열한 법정 공방에서 공소유지부터 흔들리게 된다.
더 큰 문제는 형사수사의 공백이 행정소송의 패소로 번진다는 점이다. 형사수사로 윗선의 개입 증거와 공모 정황을 단단히 다져놓지 않으면,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처분조차 대형 로펌들의 방패에 막혀 법정에서 뒤집히기 일쑤다. 검찰은 강제수사로 확보한 증거를 공정위에 공유해 행정처분 유지와 소송 방어를 돕고 있다. 수사권 분산으로 이 톱니바퀴 같은 공조가 무너지면, 결국 범죄 입증 부족으로 기업에 면죄부만 쥐여주게 된다. 기관 간 엇박자가 커질수록 결국 복잡한 법적 대응 시장만 비대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런데도 지금 정치권 논의는 이상할 만큼 단순하다. 전속고발권을 풀지, 수사권을 어디로 옮길지만 따진다. 단순히 특정 수사기관이나 검찰 조직의 권한을 지켜주자는 말이 아니다. 공정위의 전문적인 경제 분석과 수사기관의 빈틈없는 보완수사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최소한의 시스템은 남겨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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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를 시작한 기관과 끝까지 입증할 기관이 따로 놀기 시작하면 범죄를 저지른 기업 경영진은 유유히 빠져나갈 구멍을 찾게 된다. 사공은 많아지는데 배를 항구까지 끌고 갈 사람이 없다면 그 배는 가라앉는다. 제도가 부실해 시장 교란의 주범들을 놓치면 그 피해는 오롯이 억울한 소비자와 국민이 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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