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성적 왜이래" 부모가 교수에 전화…과잉보호형 고립·은둔 대학생 급증[위기의 대학생]⑧
김주희 서울청년기지개센터 센터장 인터뷰
고립·은둔은 경고음…10명중 7명 '자살생각'
학력·소득과 무관…최근엔 부모 과잉보호형↑
정서적 물리적으로 고립 상태에 있거나 외출을 거의 하지 않고 집안에서만 생활하는 고립·은둔은 자살 위험을 높이는 경고 신호로 볼 수 있다.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고립·은둔 청년의 75.4%는 '자살을 생각한 적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전체 청년의 자살 생각 비율(2.3%)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고립·은둔 청년의 26.7%가 '자살 시도를 한 적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2024년 전국 최초로 문을 연 고립·은둔 청년 지원 전담 기관 '서울청년기지개센터'의 김주희 센터장은 지난 6일 아시아경제와 만나 "고립·은둔 성향은 학력이나 부모의 소득과 무관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청소년기에 갈등 상황을 스스로 해결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고 대학에 입학해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적응을 못 하는 청년들이 있다"고 말했다.
김주희 서울청년기지개센터 센터장이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고립·은둔 청년들이 사회로 나오기까지 족히 2~3년 걸린다. 누군가 지속적으로 옆에서 지지해주고 '괜찮아' '실패해도 돼' '한번 더 도전해보자'고 가이드 해줬을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조용준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고립·은둔 청년이 전국적으로 최대 54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지난해 센터에 사업 신청을 한 청년(만 19~39세)은 5596명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대학생은 11.1%(598명)를 차지했다. 대학생이 고립·은둔 성향을 갖게 된 원인에는 △학교생활 부적응 △취업 경쟁 등 좌절과 실패의 경험 △과도한 경쟁 등으로 인한 정서적 취약성 △부모의 과잉보호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대학 현장에선 과잉보호형 고립·은둔 대학생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A대학의 교직원은 "부모가 자녀 대신 수강 신청을 하는 과정에서 문의를 하거나 '우리 아이가 팀플레이 과제를 하고 있는데, 팀원과 갈등이 있다. 팀을 바꿔달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B대학교의 한 교수는 "수업에 자주 결석하고 시험조차 제대로 치르지 않은 학생의 부모한테서 '우리 아이 성적이 왜 이렇냐'고 전화가 온다"고 했다. 학교생활과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한 대학생은 사람과 대화할 때 눈은 어딜 봐야 할지, 손은 어디에 놓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을 털어놨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도 직장에서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며 사회와 온전히 연결되지 못하고 고립·은둔 기간이 장기화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에 대해 김 센터장은 "고립·은둔이 자살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아무리 경제 여건이 좋더라도 자신을 지지하는 환경 안에 있지 않거나 자기효능감이 낮아지면 자존감이 떨어지고 절망감에 빠지면서 자살 생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립·은둔 대학생을 줄이려면 청소년기부터 예방 활동을 추진하고, 부모 교육 사업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무엇보다 대화를 통해 갈등 상황을 스스로 해결하고 타인과 적절히 의사소통하는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고 했다.
센터에서는 고립·은둔 청년이 본인의 목표를 스스로 설정하고 상담사가 가이드 역할을 해주는 자기 성장 프로젝트가 성과를 내고 있다. 거창한 목표보단 자신의 심리 상태와 여건에 맞는 작은 목표부터 세운다. 예를 들어 '아침 9시에 일어나기' '일주일에 친구 3명에게 연락하기' '자격증 학원에 꼬박꼬박 다니기' 등이다. 상담사는 정기적으로 만나 목표를 달성했는지 점검하고 지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김 센터장은 "지난해 청년 70명을 대상으로 4개월 동안 진행했는데 실제 취업으로 이어지는 등 결과가 좋았다"며 "올해는 본격적인 효과성 연구를 통해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면 활동이 부담스러운 청년을 위해 온라인상에서 루틴 챌린지 프로그램, 소모임 등 활동을 할 수 있는 '온라인 기지개센터' 사업도 올해 하반기부터 확대할 방침"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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