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대학생]④고립 끝에 다가오는 마약 유혹
20대 마약사범 6913명… 5년만에 54%↑
우울·외로움 끝에 마약에 손대는 상황
'마약은 원하는 감정 느끼게 해준다' 인식
'대학가' 집중 단속에도 행정·재정 한계
지난해 부산에서는 마약성 의약품을 여러 차례에 걸쳐 밀수·복용한 대학생 A씨가 검찰에 넘겨졌다. 이 학생은 환각 효과를 노려 마약성 의약품을 과다복용하기 위해 마약류 2188정을 17회에 걸쳐 밀반입했다. A씨는 세관 조사를 받고 귀가한 당일에도 충동을 억제하지 못한 채 마약성 의약품을 다시 주문할 만큼 강력한 중독 증세를 보였다. 이처럼 마약에 중독된 대학생들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12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대학생을 포함한 20대 마약사범은 2020년 4493명에서 지난해 6913명으로 5년 새 54%나 증가했다. 이 기간 전체 마약사범은 1만8065명에서 2만3402명으로 늘었는데, 20대 마약사범이 급증한 영향이 컸다.
대학생 마약사범이 늘어난 배경에는 취업난, 경제난에 따른 학생들의 우울감과 외로움이 있다. 전국대학교학생상담센터협의회가 2024년 실시한 '전국 대학생 정신건강 실태조사'에서는 43.5%가 우울위험군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서적 취약성 속에서 일부 학생들은 마약이 행복감을 증폭시키고 원하는 감정을 느끼게 해준다는 잘못된 믿음을 갖고 있었다. 실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일부 대학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2024 대학생 마약사용 실태조사'에서는 '마약이 다양한 이익을 준다'는 인식이 확인됐다. 7점 척도를 기준으로 대학생들이 마약이 이익이 된다고 보는 인식은 4.3에 달했다. ▲기분을 좋게 만들고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주며 ▲주변인에게 해를 주지 않는다는 응답도 나왔다.
성인이 된 대학생들이 마약 정보를 주고받기 쉬워진 것도 한몫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온라인을 통해 마약을 구매한 사범은 3020명에 달했다. 전년 동기 2108명보다 912명(43.3%) 증가한 것으로, 온라인 환경에 익숙한 10~30대 청년층이 전체의 67.2%를 차지했다.
2024년 명문대생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마약동아리 '깐부'도 같은 인식을 갖고 있었다. 이들은 고급 호텔, 클럽 등에서 열리는 동아리 모임에 회원이 아닌 사람들까지 초대해 마약을 판매하고 투약했다. 동아리 회원이 아닌 대학생 B씨는 동아리 회장이 구속되자 다른 회원을 찾아 마약 구입을 시도했다.
합동 단속반이 매년 대학가를 집중 단속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시는 올해도 개강에 맞춰 자치구와 경찰, 대학과 함께 대학가 마약 유통 점검에 나섰다. 단속반은 다세대주택이 많은 대학가의 경우 에어컨 실외기와 계량기함, 전기차단기 등이 대거 노출돼 마약을 특정장소에 두고 찾아가는 일명 '던지기' 수법이 집중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학별 전문상담 시스템 구축을 주문했다. 마약 접근을 애초에 차단하는 교육과 중독 이후의 치료와 재발 방지까지 대학들이 책임지는 체계다. 서울 소재 대학들 가운데 마약 중독에 대한 예방과 재활을 전문적으로 맡아 운영하는 곳은 찾기 힘들다. 식약처가 대학 내 학생상담센터에서 활용할 마약 예방 교육·상담 표준 매뉴얼을 배포한 것도 불과 넉 달 전이다.
문제는 예산이다. 대학별 상담센터를 확대할 재정 여력이 충분치 않아 각종 상담을 함께 진행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서울 소재 한 대학 상담센터 관계자는 "대학가에서 도박과 마약 중독이 확대되고 있지만 치료와 재활까지 연계해 운영하려면 별도의 조직을 운영하는 수준의 인력과 돈이 필요하다"며 "현실적으로는 교육이나 캠페인을 통해 접근을 최소화하는 게 최우선인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정희선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 석좌교수(전 유엔마약범죄사무소 자문위원)는 "대학생 마약중독의 경우 대학 내 그룹 내에서 시작해 확산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대학에서부터 전문적인 상담과 치료, 관리 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예산 등 지원 시스템의 문제라면, 대학들이 관련 전문가를 직접 육성해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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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 109 또는 자살예방 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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