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임식 앞둔 비둘기파 신성환 금통위원 "현 시점, 물가 압력 크다"
목표 물가(2%) 위로 멀어질 상황이면
성장과 상충 있어도 '인플레에 무게 중심'
WGBI·역외원화결제 등 한국 금융 시장 발돋움 과정서
외환당국, 브레이크(정책수단) 업그레이드 해야
"가난하게 태어나 부자로 죽는" 저축률 높은 한국
민간소비 활성화 위해 저축 시스템 효율적 구축 필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내 대표적인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인 신성환 금통위원이 이임식을 하루 앞둔 11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현재는 인하를 논하긴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물가 압력이 크다"고 진단했다.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지금 결정한다면 물가 방점"
목표 물가(2.0%)로부터 위로 멀어질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면, 성장과 상당히 상충하는 상황이어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무게 중심을 두는 게 적절하다는 것이다. 그는 5월 기준금리 결정에 참여하지 않지만, 한다면 물가 우려가 꽤 있는 상황이란 점에 방점을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결정과 점도표 분포에도 이 같은 생각이 반영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신 위원은 4년여 임기 동안 7번의 소수의견을 냈다. 주로 금리 인하 소수의견이었다. 물가 우려가 그렇게 크지 않으면, 실물경제 각 부문을 위해 금리를 완화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게 신 위원의 기본적인 생각이었다. 그런 신 위원도 물가 안정이 한은의 첫 번째 책무라는 점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간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크지 않다는 전제하에 인하 소수의견을 냈던 것이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 지금 결정한다면 물가에 대한 생각을 훨씬 많이 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기 양극화 상황, 금리 결정 딜레마…보조 수단 등 고민해야
신 위원은 그간 금통위원을 하면서 '경기 양극화 상황에서의 금리 결정'에 고민이 컸다고 회상했다. 그는 "성장률은 경제 전체 퍼포먼스를 보는 것인데, 전체의 10%를 차지하는 섹터가 경제 전체의 성장을 이끄는 상황이 어려웠다"며 "70~80%는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물가와 성장의 상충관계를 보면서 금리 결정을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구조에서 얼마나 유효한지 해석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설명이다.
양극화 상황에서의 통화정책을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통화정책으로 모든 걸 해결하진 못해도 양극화 상황에서 보조적으로 쓸 수 있는 수단은 없는지 등도 앞으로 계속 고민할 문제로 꼽았다. 한은은 보조 수단으로 한은이 시중은행에 저리로 자금을 공급해 은행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에 대출하도록 돕는 금융중개지원대출(금중대)을 운영하고 있다.
韓 금융시장 '고성능 자동차' 되려면 '브레이크'도 업그레이드돼야
한국 금융시장이 발돋움하는 과정에서 외환 당국의 시장 안정화를 위한 정책 수단 확보 역시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신 위원은 "지금은 수출입 등 실물경제 흐름에서의 외환 유출입에 비해 금융시장에서의 외환 유출입 규모가 압도적으로 크다"며 "2024년 이후 이어지고 있는 원화의 지속적 저평가는 금융시장 유출 쏠림이 일부 기여한 바가 있다"고 진단했다.
신 위원은 한국 금융 시장을 자동차에 비유하며 '괜찮은 자동차'가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MSCI 선진국지수 편입 추진, 역외원화결제시장 활성화 등으로 보다 고성능 자동차로 거듭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브레이크와 에어백 등 위험에 대비할 수단도 업그레이드돼야 하며, 당국이 시장 발전에 걸맞은 정책 수단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위원은 "금융시장이 국제금융시장과의 연결고리가 강해질수록 쏠림현상(의 강도)은 심화할 수 있다"며 "이때 외환시장 안정화를 위해 쓸 수단이 뭐가 있는지, 이걸 시장이 믿어줄 수 있는지는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짚었다. 금융시장에 심한 충격이 왔을 때 정책당국이 강구할 수 있는 수단이 뭐가 있을지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국제금융시장과의 연결고리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대중의 지혜'가 '군중의 광기'로 변하기도 한다"며 "그런 순간을 항상 조심하며 모니터링하고, 일이 터졌을 때 즉각적으로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 예측하기 힘든 불확실한 미래에 대응해 장기적인 계획(컨틴전시 플랜)을 잡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집에 눌려 저축률 높고 삶은 허덕이는 구조 바꿔야
'가난하게 살다가 부자로 죽는' 개인을 양산하는 우리나라의 높은 순저축률 구조 역시 전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우리나라 가계 순저축률이 굉장히 높은데, 오래 살고, 가계부채가 많다는 구조적, 순환적 이유가 있지만 저축률이 너무 높다 보니 민간소비가 상대적으로 지지부진하다"며 "경제가 돌아가는 베이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민간소비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저축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집이라는 게 일종의 저축인데 이건 이거대로 하고 연금은 연금대로 하고 허덕이면서 노후생활하다가 집이라는 큰 재산을 남겨놓고 떠나는 형국"이라며 "저축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해서 '잘 살고, 잘 떠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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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새 리더십이 한국 경제와 한은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달러에 대한 Fed의 대차대조표 축소가 이뤄진다면, 물론 굉장히 조심스럽게 하겠지만 달러를 조이는 상황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면 거의 모든 나라에 충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환율 흐름에 대해선 알기 어려우나, 지금보다는 하향 안정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 위원은 "원화가 예전과 비교해 절하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금리 역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환율 수준은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는 의견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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