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턴 탐지에 머신러닝 더해 수상한 흐름 포착
"차세대 e나라도움 구축 앞서 적발률 향상"
이 대통령 "나랏돈 빼먹으면 패가망신할 것"

정부가 이른바 '혈세 도둑'으로 불리는 국고보조금 부정수급을 잡아내기 위해 인공지능(AI) 감시망을 한층 강화한다. 단순히 과거 적발 사례를 따라가는 수준을 넘어, AI가 스스로 이상 거래를 학습해 "수상한 돈 흐름"까지 찾아내도록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7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민의례를 마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7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민의례를 마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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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예산처 국고보조금부정수급관리단과 한국재정정보원은 국고보조금통합관리시스템인 'e나라도움'의 부정징후탐지시스템(SFDS) 고도화 작업에 착수했다. 현재 시스템은 "과거 범죄 수법을 외워두고 비슷한 패턴을 찾는 방식"(룰 기반 패턴 탐지)이다. 하지만 최근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면서 기존 규칙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한 업체는 저가 수입 소프트웨어(SW)를 마치 국산 고급 장비인 것처럼 서류를 꾸며 50억원대 보조금을 빼돌렸다. 한 협회 대표는 가족 명의 회사를 세운 뒤 공공 유통센터를 사실상 개인 식당처럼 사용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정부가 새로 도입하려는 AI는 이보다 한 단계 진화한 방식(머신 러닝 기반 AI)이다. 수만 건의 과거 사례를 스스로 학습한 뒤 "정상 집행과 다른 이상 흐름"을 찾아낸다. 특정 업체가 갑자기 매출 규모에 비해 과도한 보조금을 신청하거나, 지역·업종 평균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돈을 쓰는 경우 등을 AI가 자동으로 의심 신호로 띄우는 식이다. 정부 관계자는 "기존에는 사람이 규칙을 정해주면 시스템이 그대로 따라가는 구조였다면, 앞으로는 AI가 스스로 부정 가능성을 학습해 찾아내는 방향"이라며 "현장조사 전에 미리 수상 징후를 걸러 적발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AI 감시망 강화에 속도를 내는 것은 최근 부정수급 규모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적발된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사례는 992건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월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민 혈세를 눈먼 돈으로 보니 간 큰 세금 도둑질이 벌어지는 것"이라며 "부정수급이 적발되면 패가망신한다는 인식이 생길 정도로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AI 시스템 강화 외에도 전방위 압박에 나서고 있다. 점검 대상은 기존보다 10배 수준으로 확대한다. 부정수급이 적발되면 환수금 외에 추가로 부과하는 제재부가금도 최대 8배까지 높였다. 1억원을 부당하게 받아갔다가 적발되면 원금 환수는 물론 최대 8억원 수준의 추가 부담까지 질 수 있다는 의미다. 내부 고발 활성화에도 힘을 싣는다. 신고자에게는 환수된 금액의 최대 30%를 포상금으로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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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고도화 작업은 단기적으로는 현행 시스템에 즉시 적용되고, 장기적으로는 2031년 가동 예정인 '차세대 e나라도움' 구축 사업에 반영될 예정이다. 현행 e나라도움은 2017년 개통 이후 사용량과 데이터가 급증하면서 노후화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부는 새 시스템에서는 단순 회계 관리 수준을 넘어 AI가 실시간으로 부정 가능성을 추적하는 '지능형 감시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세종=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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