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네 카리 오빈 주한 노르웨이 대사 기조연설
성평등, 복지 아닌 성장 전략으로 설계
'평등은 도덕 아닌 전략' 오빈 대사의 메시지
"성평등은 부차적인 이슈가 아니다. 지속가능한 발전의 핵심 원동력이다."
안네 카리 한센 오빈 주한 노르웨이 대사가 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아시아경제 주최로 열린 '2025 여성리더스포럼'에 참석, '대전환의 파도를 넘어:지속가능한 미래를 여는 노르웨이의 포용적 리더십'이란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2025.11.6 조용준 기자
6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2025 아시아경제 여성리더스포럼에서 안네 카리 오빈 주한 노르웨이 대사는 강한 어조로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언급하며 "여성의 권리와 기회 보장은 다른 모든 목표를 가능하게 하는 심장과 같다"고 강조했다.
"성평등은 주변부 목표가 아니라, 사회의 중심을 움직이는 핵심 가치다.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은 세계 가능성의 절반이다. 한 국가의 잠재력은 바로 여기에 달려 있다."
작지만 강한 나라, 포용으로 일군 경쟁력
오빈 대사는 노르웨이의 성과를 하나씩 제시했다. "우리는 인구 550만 명의 작은 국가지만, 1인당 GDP 세계 4위, 인간개발지수 2위, 성평등지수 공동 2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는 "이 결과는 정책을 넘어선 문화적 혁신의 산물"이라고 설명했다.
노르웨이는 '포용적 리더십(Inclusive Leadership)'을 국가 운영의 축으로 삼아왔다. "성평등은 정책의 일부가 아니라 정책 전체를 지탱하는 뿌리다."
1970년대 브룬틀란드 정부 시절, 노르웨이는 건강과 복지를 인권의 핵심 요소이자 국가 경쟁력의 기반으로 규정했다. "제 어린 시절과도 상충되는 변화였다"고 그는 회상했다. "그 시기부터 노르웨이는 법적 평등을 넘어 문화적 평등을 일상으로 정착시켜왔다."
현재 노르웨이의 여성 노동참여율은 약 70%에 달하고, 남녀 임금격차는 세계 최저 수준이다.
노르웨이는 부모 모두 동등하게 육아휴직을 사용하도록 보장하고 있다. 오빈 대사는 "전체 아버지의 93%가 육아휴직을 사용한다. 장관이 휴직을 가면 대체 장관이 임명된다. 기후환경부 장관도 예외가 아니었다."고 소개했다. 사진 Getty Image
원본보기 아이콘"육아는 여성만의 몫이 아니다" : 일상의 평등
"성평등은 가정에서 출발한다."
아버지가 유모차를 끌고 걷는 사진을 화면에 띄운 오빈 대사는 "노르웨이 대도시에서는 흔한 장면이다. 평등이 정책이 아니라 일상에 스며든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부모 모두 동등하게 육아휴직을 사용하도록 보장하는 제도도 소개했다. "전체 아버지의 93%가 육아휴직을 사용한다. 장관이 휴직을 가면 대체 장관이 임명된다. 기후환경부 장관도 예외가 아니다." 청중석에서 감탄이 흘렀고, 그는 여유 있게 미소 지었다.
아동 양육비 부담도 낮췄다. 부모는 소득의 6% 이내만 유치원비로 부담하고, 나머지는 정부가 지원한다. "모든 아이가 부모의 경제 상황과 무관하게 유치원에 다닐 수 있다. 아이 한 명당 국가가 투자하는 방식이다. 이는 단순한 복지정책이 아니라 미래 전략이다."
법적 평등에서 구조적 평등으로 : 여성 이사 40% 의무제
오빈 대사는 2003년 도입된 '여성 이사 40% 의무제'도 성평등의 주요 사례로 소개했다. "상장사는 이사회 구성원의 최소 40%를 여성으로 임명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법인 등록이 취소되거나 이사회 결정이 무효화될 수 있다."
그는 "작년부터 해당 의무가 확대됐다"며 "2028년부터는 상장사뿐 아니라 일반 법인·파트너십·재단에도 적용된다"고 말했다.
"성평등을 이념으로만 주장해서는 부족하다. 규제와 인센티브가 함께 작동할 때 사회 규범은 바뀐다. 이 제도는 제재가 아니라 변화를 이끄는 동력이다."
안네 카리 한센 오빈 주한 노르웨이 대사가 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아시아경제 주최로 열린 '2025 여성리더스포럼'에 참석, '대전환의 파도를 넘어:지속가능한 미래를 여는 노르웨이의 포용적 리더십'이란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2025.11.6 조용준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교육의 평등, 여성의 경제적 독립을 만든다
노르웨이는 무상교육을 넘어 '경제적 독립'을 체계적으로 지원한다. 고등교육 학생에게는 소득과 무관하게 학자금 대출과 보조금이 제공되며, 그중 약 40%는 정부 보조다.
오빈 대사는 "부모의 재정상태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진로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여성에게 결정권의 확보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여성이 독립적으로 학업과 커리어를 설계할 수 있는 사회는 모든 시민의 자기결정권을 강화한다"고 설명을 이어갔다.
학업 중 출산한 학생은 대출 일부가 부모양육 지원금으로 전환된다. "엄마는 49주, 아버지는 40주의 육아휴직을 보장받는다. 학업과 출산, 돌봄이 양립할 수 있는 국가 시스템이다."
전장에도 이어진 평등 : 여성 징병제 10년
"성평등은 전장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그는 노르웨이가 2015년 여성 징병제를 도입해 10년째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징집병의 30%가 여성이고, 이 중 80%는 자발적 지원자다.
"미래 전쟁은 사이버전·하이브리드전으로 성격이 변하고 있다. 군은 다양한 역량과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 지식과 능력을 갖춘 인재의 절반이 여성인데 군에서 배제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노르웨이에는 여성 전투기 조종사, 여성 해군 사령관, 나토 파견 여성 장군이 활동한다. "현재 육군 수장 역시 여성이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했다. 여성도 최고위 군사직을 수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상징적 사례다."
이어 오빈 대사는 "대부분의 여성 군인은 친구들에게 입대를 추천하고 있다"며 "이들은 국제평화 작전에 참여하며 성차별 없는 조직 문화를 경험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르웨이 북해 해상풍력단지 ‘하이윈드 탐펜(Hywind Tampen)’ 전경. 노르웨이 국영 에너지 기업 에퀴노르(Equinor)가 주도한 세계 최대 규모 부유식 해상풍력단지로, 북해 유전과 가스전의 전력 수요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노르웨이의 녹색전환 상징으로 평가된다. 사진 에퀴노르.
원본보기 아이콘산업 현장으로 확산되는 포용의 리더십
오빈 대사는 "평등의 원칙은 군에서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해양·에너지·금융 분야에서 여성 리더십이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르웨이 최대 은행 DNB가 여성 CEO와 여성 이사회 의장을 두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노르웨이가 맞닥뜨린 과제도 소개했다. "노동시장 경쟁 심화, 기후변화 대응, 국방비 확대,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가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다." 노르웨이는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탄소배출을 70~75%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안네 카리 한센 오빈 주한 노르웨이 대사가 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아시아경제 주최로 열린 '2025 여성리더스포럼'에 참석, '대전환의 파도를 넘어:지속가능한 미래를 여는 노르웨이의 포용적 리더십'이란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2025.11.6 조용준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포용은 전략이다" 한국을 향한 메시지
연설을 마무리하며 오빈 대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 세계는 녹색 전환, 디지털 전환, 인구 변화의 한가운데 서 있다. 이 모든 전환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포용 속에서 역량을 발휘하느냐에 달려 있다."
노르웨이 정부는 올해 '2025-2030 성평등 전략'을 발표했다. 이 전략서에는 노동·교육·문화·국방 등 10개 부처 장관이 공동 서명했으며, ▲채용과 롤모델 발굴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근무환경 조성 ▲적응 가능한 노동력 구축 ▲괴롭힘 없는 일터 조성 등 4대 핵심 과제를 담고 있다.
"노르웨이의 경험이 한국에도 하나의 길잡이가 되기를 바란다. 포용은 도덕이 아니라 전략이다. 성평등은 지속가능발전의 핵심 원동력이다."
2012년 노르웨이 성평등정책위원회(Equality Commission) 좌담회 현장. 왼쪽은 헤게 스키에(Hege Skjeie) 오슬로대 정치학과 교수, 오른쪽은 마리 테리예센(Mari Teigen) 오슬로 메트 사회연구소 소장. 두 사람은 2012년 발표된 ‘성평등정책 보고서(Policy for Gender Equality)’를 공동으로 이끌며, 성평등을 노르웨이의 복지정책이 아닌 국가 성장전략으로 확장한 ‘노르웨이 모델’의 이론적 토대를 세운 인물이다. 사진 NLJ
원본보기 아이콘'평등'에서 '전략'으로, 노르웨이 모델이 던지는 의미
이날 강연은 성평등을 인권 담론이 아닌 국가 운영의 핵심 전략으로 재해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오빈 대사는 노르웨이의 사례를 통해 '정책 적용 → 사회 문화화 → 산업 효율화'라는 단계적 변화를 제시했다. 즉, 성평등은 도덕적 명분이 아니라 경제·복지·안보를 아우르는 종합 성장 엔진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노르웨이 의회의 여성 비율은 40.2%, 여성 노동참여율은 70%에 육다. 정부는 남녀 10명씩으로 구성된 완전한 성평등 내각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성과가 아니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법적·제도적 변화가 50년간 축적되며 '문화'로 정착된 결과다.
인구 550만의 작은 나라, 노르웨이가 1인당 GDP 세계 4위와 성평등 2위를 동시에 달성한 비결은 명확하다. 성평등을 복지가 아닌 '성장 엔진'으로 설계했기 때문이다. 저출산·고령화·기후위기 앞에 선 한국에, 노르웨이의 경험은 '포용이 곧 경쟁력' 임을 증명하는 살아있는 교과서다.
안네 카리 한센 오빈 주한 노르웨이 대사가 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아시아경제 주최로 열린 '2025 여성리더스포럼'에 참석, '대전환의 파도를 넘어:지속가능한 미래를 여는 노르웨이의 포용적 리더십'이란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2025.11.6 조용준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이번 여성리더스포럼은 이러한 메시지를 현실적 담론으로 확장했다. 올해 포럼의 주제는 '여성, 대전환을 주도하라(Women Leading the Great Transition)'다.
포럼은 인공지능과 기술혁신, 인구 변화, 환경 위기 등 대전환의 흐름 속에서 여성 리더십의 새로운 역할과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유명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객원교수, 문애리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 이사장, 이연수 NC AI 대표 등 각계 여성 리더들이 연사로 참여했다. 현장에는 산업계·학계·공공기관 관계자 등 300여 명이 참석해, 여성 리더십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 동력임을 다시금 확인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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